나눔

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Life-Style

by 후박나무 posted Feb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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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에게 홍수후의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알렸던 비둘기는 종종 성령을 상징하는 메타퍼로 쓰인다. 세자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예수가 물에서 올라 오실 때 하늘이 갈라지며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당신에게 내려오시는 것을 보았다. 그 때 하늘에서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세상의 새로운 창조는 이분으로부터 다시 시작된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마르코 복음에는 이런 선언이 3번 나오는데 2번은 하늘에서(세례때, 타볼 산의 변용때) 한번은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실 때 로마인 백인대장의 입에서 나온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게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다“ 는 식의 upside down, 뒤엎어 버리는 파격적인 가르침은 기존 사회질서를 밑동부터 흔들리게 하고,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맹목적인 굴종에서 벗어나, 종교 정치 지도자들이 행사하는 권력과 권위의 정당성에 의문을 품게 하였다. 예수는 이러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게 제자를 양성한다. 바로 오늘 마르코 복음의 벳사이다의 소경이야기에서부터 예리고의 맹인까지가 제자교육 부분이다.

 

제자들은 지금 그 상태가 벳사이다의 소경과 같이 중증이다. 먼저 주의를 끄는 대목은 예수가 그의 손을 잡고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치유되어 눈을 뜬 후에도 그가 있었던 마을로는 가지 말라고 당부까지 하신다. 한때 Life- Style 이란 말이 유행했었다. 그 말은 거의 영성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과 에너지, 재능 등을 어디에 어떻게, 어떤 우선순위로 사용하는가에 따라 자신의 영성이 형성된다. 그러기에 사람이 변하기가 그리도 어려운 것이다. 평생 동안 반복하여 몸에 베인 것을 그만두거나 다르게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느님이 아브람에게 요구하였듯이, 예수는 제자들에게 우선 자신에게 익숙하던 곳에서 떠나라고 요구하신다. 수도원의 시간표만 잘 지켜도 성인이 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1. 서울-멜버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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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19.03.28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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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하이데거-언어는 존재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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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테는 “눈물 섞인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고 했지만 사실 춥고 배고파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뿐 아니라 하느님을 논해서도 안 된다.   삶의 간난신고(艱難辛苦)를 통해 부서지고 낮추인 마음이 되어서야 비로소 인간이 무엇인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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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에스델기를 읽다. 에스델은 연약한 여인답지 않게 자신의 생명은 물론 동족 모두의 생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결기에 가득차 단호한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그녀의 모든 것을 건 결정은 죽음을 생명으로 바꾼다. 이 과정의 자초지종과 ...
    Date2019.03.14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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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소란(騷亂)과 소동(騷動)

    자끄 러끌레르끄 신부는 ‘게으름의 찬양’ 이란 글을 썼다. 현대인의 삶의 모습은 '경쟁(競爭)과 속도(速度)'라는 말로 특징 지울 수 있지만, 저자는 이렇게 속도 경쟁 속에 빠진 사람들의 삶은 기실 소란(騷亂)과 소동(騷動)에 불과하다고 한다. ‘경주에 경주...
    Date2019.03.13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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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19.03.12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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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복음서는 각각을 지칭하는 상징이 있다. 마태오는 인자, 루카는 황소, 마르코는 사자 그리고 요한은 독수리다. 많은 사람들이 갑론을박하며 저마다 자기주장을 하지만 장님 코끼리 만지기나,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일 수 밖에 없다. 좁고 낮은 관점에 붙박여 ...
    Date2019.03.11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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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년년세세화상사, 세세년년인부동(年年歲歲花相似,歲歲年年人不同)

    얼마 만에 우이령에 올랐을까? 사실 한 주일 남짓도 안 되었을 터이나 마치 먼 옛일인 듯하다. 다소 쌀쌀한 날씨, 붉은 태양, 청명한 하늘, 맑은 공기가 새삼 고맙다. 앞으로는 기상이변이 더 잦을 터이니 초당(初唐)의 시인(詩人), "유정지(劉廷芝)"의 이 유...
    Date2019.03.08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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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E. F.슈마허(Schumacher)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며칠간 짙은 미세먼지가 하늘을 덮어 온통 세상의 종말과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환경이 그러니 몸도 마음도 덩달아 암울했다.   오늘 신명기에서 모세는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생명과 행복, 죽음과 불행을 내 놓는다.” 면서 생명을 선택하라고 권한다...
    Date2019.03.07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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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처음처럼』

    오늘 영원한 생명을 구하는 청년과 예수님을 대하니 죽음을 깨닫고 인생의 허무를 뼈저리게 느껴 허무 속에 허우적대던 내 젊은 날의 초상이 그려진다.   중학교3 학년 때 처음으로 마태오 복음 5장 산상설교에서 예수를 만났을 때 처음으로 대학교 1학년 때 ...
    Date2019.03.04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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