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에스델기를 읽다. 에스델은 연약한 여인답지 않게 자신의 생명은 물론 동족 모두의 생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결기에 가득차 단호한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그녀의 모든 것을 건 결정은 죽음을 생명으로 바꾼다. 이 과정의 자초지종과 클라이맥스격인 4:6 절을 더 절묘하게 표현한 번역을 찾아보려고 여러 성서를 찾아보다.
가장 최근에 번역되었지만 별로 마음에 와 닿는 번역이 아니어서 ‘성경’ 은 내 책장에 있지도 않아 도서관에서 가져왔다. 공동번역과 거의 같은 번역이었다. “그러다 죽게 되면 기꺼이 죽겠습니다.”
공동번역은 “그러다가 죽게 되면 기꺼이 죽겠습니다.” 공동번역이나 성경 모두 뭔가 밋밋하다. 어떤 비장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예루살렘 바이블은 “if I perish, I perish.” New American Bible 은 예루살렘 바이블과 동일하다. 나에게는 예루살렘이나 아메리칸 바이블의 번역이 담백하고 간결하지만 더 절박하게 들린다. “죽으면 죽으리라!” 군더더기 없이 Matter of fact 만!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놓치면 하루를 굶기 때문이다^^. (물경소사勿輕小事 조그만 일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 평소 작은 일에도 충실하게 마음을 벼려온 사람이 진정 청하고 찾고 구할 수 있다.
영화 역린에 등장하는 중용 23장도 같은 맥락의 말이겠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