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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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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박나무 posted Oct 2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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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주일 미사를 집전하다. 팔, 다리에 점점 힘이 빠지니 스탠딩 데스크에 서기도 자판을 운영하기도 어려워져 자꾸 글쓰기를 빼먹는다. 엊그제 십자가의 성. 바오로 수도회 창립자 축일미사를 드리고 박 도세 신부님 10주기도 함께 기념했다.  박도세 신부님의 장례등 10년전의 동영상을 보니,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허사가 아니다.  다음 십년 후에는 또 어떻게 변해있을까?  물론 안 보이는 사람도 많겠고.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사람뿐 아니라 책이나 영화에서도 특별히 마음에 남는 작품이 있게 마련이다.  내게는 그리스 영화 A Touch of Spice 가 그중 하나다. 에피타이져와 메인코스 그리고 디저트로 이어지는 요리를 삶의 여정에 빗대어 풀어나간 스토리도 좋았지만 특히 신약성서의 언어인 그리스어를 쓰는 나라답게 Logos 에 담긴 숨은 의미를 알게 되는 재미도 적잖았다.

 

예를 들어 꿈을 꾼다는 말은 트림을 한다는 말과 연관이 있는데, 트림을 하는 것은 식사의 완결을 뜻한다. 아가들이 젖을 다 먹으면 등을 쓸어주거나 가볍게 두드려 트림을 하게 하지 않는가! 근래에 북한이 미국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소 한 마리를 다 먹고서도 트림 한번 안한다.’ 하듯이. 잠을 못 자게 하는 고문은 그래서 꿈을 못 꾸게 하는 것과 같은가 보다. 잠언에 있듯이 “비전이 없는 곳에서 사람들은 마르고 시들어 사라져 버린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는 오늘 독서 이사야를 패러디하여 유명한 연설을 했다. “장차 어느 날에 우리들 각자가 피부색에 따라서가 아니라 각자의 인격에 따라 대접받을 날이 올 것입니다. 조지아 주의 붉은 땅위에서 백인과 흑인의 아이들이 서로 손잡고 뛰어 놀 때가 올 것입니다”  위대한 지도자는 자기 스스로도 불가능한 꿈을 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같은 꿈을 꾸게 한다. 그리고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이루어진다.

 

교황님은 몇 일전 문 대통령을 통해 바로 그런 비전을 한국 사람들에게 전해왔다.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이 말씀은 모세와 그 일행이 앞에는 망망대해요 뒤에는 추격군이 쫒아오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모세에게 하신 야훼 하느님의 말씀이다. 꿈꾸기조차 차마 두려워하던 우리들에게 교황님은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권하신다.

 

영화 터치 오브 스파이스 줄거리를 잘 요약한 글을 아래 링크한다.

 

http://egloos.zum.com/subee/v/4046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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