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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오늘의 예수

by 후박나무 posted Jan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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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더블린 고난회 본원에서 여름방학을 지낸 적이 있다. 하루는 그곳의 책방을 순례하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란 책을 만났다. 환경오염을 논하는 책의 앞부분에 우리가 처한 현실의 심각성을 실감나게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 인류는 말하자면 지구라는 우주선을 타고 여행을 하는 우주인이라 할 수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우주선에 실려 있는 자원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재생이 가능하지 않은 이 한정된 자원을 급속도로 낭비하며 쓰레기를 양산하면서 이것을 발전이라 여긴다. 진짜 우주선은 쓰레기를 밖으로 버릴 수도 있지만, 지구에 쌓이는 쓰레기는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 버려야하니 가능한 일이 아니다. 머지않아 우리는 자신들이 만든 쓰레기더미에 깔려 멸종할 지경이다. 지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제까지 5차례 생명체의 멸종이 일어났었다고 한다. 다음의 6번째 멸종은 다른 행성이나 거대한 운석과의 충돌이 원인이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에 기인한 것이라 한다. 이런 현실 앞에서도 미국이나 인도, 중국 등은 아랑곳하지 않고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과학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미 멸종의 위기는 벌써 시작되었다고 한다.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남용으로 과도하게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이불처럼 덮어 생기는 지구온난화 현상은 벌써 기상이변을 일으키고 있으며, 북극의 빙산과 남극대륙에 쌓였던 얼음과 눈이 녹아 바닷물의 수위가 현재보다 평균 4미터가 높아진다고 한다. 뉴욕이나 런던, 방글라데시가 사라지는 것은 고사하고 극심한 가뭄이나 거대한 홍수등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위기로 몇 억이라는 사람들이 엄청난 고통 중에 죽어갈 것이 예상된다. 과거의 멸종은 순식간에 생명체들이 죽음을 당하였지만, 6번째의 멸종은 식량과 식수를 얻기 위한 전쟁등 극심한 고통 속에 우리는 죽어갈 것이다.

 

거의 40여 년 전에도 Albert Nolan 은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에서 인류를 덮치고 있는 유례없는 고통과 대면하면서 예수는 자신의 시대에서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연구했었다. 교리와 도그마, 전례로 치장 되기 전의 예수는 1세기에 살던 동시대인들에게 다가오는 거대한 고통에 어떤 해결책을 제시했을까, 그는 동시대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를 논했던 책이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 다. 그 Albert Nolan이 영성에 관한 책을 내었다. 40여 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으며 앨버트 놀런이 다시 집중한 주제는 어떻게 우리는 자기중심적인 자아로부터 해방되어 참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이다. ‘오늘의 예수’ 라는 제목으로 분도 출판사에서 번역서도 나와 있다.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를 쓴 후 남아프리카에서 살던 저자는 인종차별 정책을 펴던 정부가 혁명으로 기적처럼 무너지고 넬슨 만델라가 지도하는 새 나라의 출현도 보았다. 저자는 페미니즘 운동이나 혁명적인 사회변화도 경험했지만 결국 개인의 이기적인 자아가 변하지 않는 한, 주변의 작은 변화도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전 지구적인 환경위기를 피할 수도 없음을 인정하며 예수의 영성- 저자는 과격한, 극단적인 자유라고 명명한다―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논의한다.

 

오늘 복음은 ‘사람들이 갖가지 질병과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과 마귀 들린 이들, 간질 병자들과 중풍병자들을 그분께 데려왔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고쳐 주셨다.’ 정말 복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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