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의 한국이라는 곳에 온지도 어제로 64년이 되었다. 오늘 오랜만에 영하 10도의 우이령을 오르니 내가 슈베르트의 빈터라이제( 겨울 나그네-Winterreise) 라도 된 것 같다. 내년이면 지하철 공짜라는 지공대사의 반열에 들게 된다. 한 겨울에 낯선 이로 와 걷다가 다시 같은 계절에 낯선 이로 떠나게 될 것 같다.
시편 118: 9 당신의 말씀을 지키지 않는다면 젊은이가 그 깨끗한 길 어찌 가오리까.
그렇게 살고 싶어서 시작했던 생활이다.
이젠 더 이상 젊은이도 아닐뿐더러 무엇보다 ‘깨끗한 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기에,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사도 바오로의 말처럼 율법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가 빚어 온 옹기에는 금(균열) 이 더 많이 가는 게 현실이다.
로마서 7:23 내 몸 속에는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여 싸우고 있는 다른 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법은 나를 사로잡아 내 몸 속에 있는 죄의 법의 종이 되게 합니다.
24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의 육체에서 나를 구해 줄 것입니까?
역설적이게 빛은 금이 있어야만 스며든다. 그리고 그 빛은 율법처럼 명암을 나누며 그림자를 만드는 빛이 아니라, 모든 것을 관통하면서도 수용하는 차갑고도 따뜻한 빛이다. 이 창조되지 않은 빛, 형용모순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이 빛이 우리를 죽음의 육체에서 구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