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주일이다. 수도원 주변에는 생강나무,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리느라 분주하다. 사람의 마음이 겪는 계절과 자연의 리듬은 부정합일 때가 많은가보다. 마음은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이 보이는 황량한 11월인데, 주변은 꽃피는 봄이니.
두보의 춘망도,
春望(춘망)-杜甫(두보)
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 : 나라는 망했어도 산천은 그대로요
城春草木深(성춘초목심) : 봄이 오니 초목이 날로 푸르러지네.
왕소군의 고사도 다 그런 인간체험을 반영한다.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
오랑캐 땅이라 하여 꽃이 안 피겠느냐마는, 꽃이 피어도
봄이 봄같지 않구나.
한평생 살며 마음과 자연이 함께 봄을 맞는 건 몇 번이나 될까?
그동안 많이도 겪어 이젠 굳은살도 생길 것 같은데, 같이 길을 가던 이가 떠날 때마다 생기는 생채기는 나이 들수록 더 쓰라리다.
예루살렘에 입성하던 예수를 환호로 맞던 사람들이 부화뇌동하여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친다고 그들을 비난하랴! 예수가 제자들이나 군중들에게 기대었다면 자신의 길을 끝까지 가지는 못했으리라. 다윗 왕에게 일갈하는 나탄 예언자의 말, 양떼를 따라다니던 너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웠다! 성소는 하느님을 만났던 때, 춥고 배고프던 시절, 불쌍히 여기셔서 뽑아주셨던 분에게 기초를 두어야 한다. Miserando atque Eligendo!
박태원 가브리엘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