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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마음의 정화

by 후박나무 posted Jun 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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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 만에 아산병원에서 이 종식 선생을 만나고 6개월 치 처방을 받아오다. 아직도 병색이 완연하다며 혼잣말처럼 ‘약을 잘 못써서 고생한다’ 하신다. 대놓고 다른 의사를 비판하지는 못하고 에둘러서 말씀하시는 듯. 오른쪽 다리의 경직으로 인한 통증과 보행 불안정성이 개선되어야 하고 아직도 수면이 부족하다고 한다. 성모병원 다닐 때보다는 훨씬 잘자 4~5시간은 자는데, 7~8시간 자야한다고 하신다. 그래도 조금 변화를 준 처방을 6개월 하는걸 보면 안정적이라 판단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엊그제는 병원에 가느라, 어제는 비로 우이령 산책을 쉬었다 오늘 령을 오르는데 골반의 통증이 심해 조금 가다 그만 내려오다. 개망초가 만개한 사이로 선선한 바람과 계곡물소리가 가을 기분이 들게 한다.

 

수도원에 산지도 40 여년이 되어가니 장상도 여럿 겪었고 스스로 장상역할을 하기도 했다. 장상에게 제일 먼저 요구되는 자질이 무엇인지,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특성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동기, 지향(Intentio)의 순수성” 이다. 아마도 이것은 장상에게뿐 아니라 모든 수도자, 평신도들에게도 적용되는 경우일 것 같다. Puritas Cor! (마음의 정화)

 

그 마음의 정화가 적정 수준에 미달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한다고 하지만, 사실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영광을 위하여’ 일을 추진하게 되며 그것은 필연적으로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일의 진척도 지지부진하게 됨을 충분히 보았다.

 

이것은 비단 수도공동체내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난 두 명의 대통령을 통해서 신물이 나게 겪은 바이다. 결국 사람들은 자기들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모실 수밖에 없다. 사회구성원이나 공동체 구성원의 마음이 오염되어 있다면 유유상종이니 같은 부류의 인간을 선출하고 떡고물을 바라기 일쑤이다. 산상설교중,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를 복수형으로 고친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정화된 구성원이 이루는 사회는 사람 사는 세상이다. 하느님은 그 사회의 여러 제도와 정책에 육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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