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성. 토요일이다. 하수상한 시절을 보내고 나름 “껍데기는 가라” 라는 말로 마음을 정리하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름 존재할 이유가 있어서 있는 것이다. 아직 한창인 듯 보이더라도 존재이유가 없어졌다면 홀연히 사라지는 게 자연이겠지. 나무를 봐도 속을 보호하는 역할을 다한 껍데기는 스스로 떨어져 나가더군! 자연을 보며 아쉬울 것도 속상할 것도 없음을 배운다.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말 “덤”을 기억해내다, 김국환씨 덕분에. 부활체험을 통해 덤으로 살게 된 삶, 밑질 건더기가 없는 수지맞는 장사 맞다! 그런데도 무언가 손해 본 듯 느꼈던 것은 덤으로 받았던 삶을 다시금 당연한 것으로 치부한 탓이다.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박태원 가브리엘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