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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생명주일

by 후박나무 posted May 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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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이 피고 꽃향기가 진동해야 하는 계절인데 올해도 향이 영 신통치 않다. 비라도 오면 진 할 텐데……. 그래 벌, 나비도 줄어드는지! 후박나무 꽃도 필 때가 되었다.

 

주일은 늘 9시 미사주례를 하니까 아침시간이 널널하다. 6시에 산책을 나서 7시 20분경 돌아와 명상의 집 입구로 들어서는데 어디선가 새끼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한참을 부르며 찾아보았더니 새끼 냥이 두 마리가 팬지 꽃 사이로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것이었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달려드는 것을 보니 길냥이는 아니고, 누군지 새끼고양이를 우리 집 앞에 버리고 간 모양이다. 부활제3주일 생명주일 에 말이다. 버리고 간 사람도 사연이 있겠지! 그리스도교의 핵심인 부활도 결국 생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태평하라. 안락하라.

 

어떠한 생물일지라도 겁에 떨거나 강하고 굳세거나,

그리고 긴 것이건 큰 것이건 중간치건, 짧고 가는 것이건, 또는 조잡하고 거대한 것이건.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또는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나,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날 것이거나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어느 누구도 남을 속여서는 안 된다. 또 어디서나 남을 경멸해서도 안 된다.

남을 곯려줄 생각으로 화를 내어 남에게 고통을 주어서도 안 된다.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아끼듯이,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비심을 내라.

또한 온 세계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비를 행하라.

위 아래로, 또는 옆으로 장애와 원한과 적의가 없는 자비를 행하라.

서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누워서 잠들지 않는 한, 이 자비심을 굳게 가지라.

이 세상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신성한 경지라 부른다.

 

숫파니파타경중 자비송

 

냥이중 한 마리는 한쪽 눈을 다쳤는지 외눈박이다. 아직 젖을 떼지도 못한 어린 냥이 인지라 설탕물만 손가락에 적셔 입에 넣어주었다. 점심때 루르드에서 가져온 성수를 스프레이에 담아 감긴 눈에 뿌려주고 지금 가보니 신기하게도 눈을 떴다. 지난겨울 길 고양이 보호협회에서 월동용으로 스티로폼을 넣어 제작한 박스가 녀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이제 이유식이든 뭐든 먹어야 할 텐데…….

 

오늘 베드로에게 예수님이 당부하는 것도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케 하라는 부탁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살아있는 모든 것이 저마다의 생명을 활짝 꽃피울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고 돌봐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젖도 떼지 못하고 생명주일 에 온 냥이들은 오늘날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이기적으로 다른 생명체를 착취하는지 잘 보여준다.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집에 넣어주었더니 따뜻한가보다. 둘이서 페트병에 배를 대고 낮잠이라도 자는 듯 조용하다. 성모의 밤과 은인모임 1박2일동안 부산하던 명상의 집도 다시 적막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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