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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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어지는 습한 날씨속에 어느덧 후박 꽃도 지고 연중 제일 좋은 시절이라는 오월도 저물어 간다. 전형적인 오월의 날씨라면 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 이라든가 남으로 창을 내겠다는 시적 정서가 자연스러울 시절이나 온통 코로나 바이러스로 얼룩져 스산하기까지 하다.

 

산에서 누가 묻기에 -李白, 山中問答

 

問余何事栖碧山(문여하사서벽산) : 푸른 산에 왜 사느냐고 묻기에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 말없이 웃으니 마음 절로 한가로워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 : 복사꽃 물에 떨어져 아득히 흘러가니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 이곳은 별천지 인간세상은 아니라오

 

 

 

-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마이스터 엑크하르트와 그 제자들, 수소, 요한네스 타울러 등을 배출한 14세기 라인 강 신비학파의 번성은, 당시 유럽에 창궐(猖獗)하던 페스트와 깊은 연관이 있다. 한 도시 인구의 절반이 전염병으로 죽어나가던 시절, 사람들은 절로 인간의 유한(有限)함과 삶의 무상(無常)함을 절감하며 영원을 염원(念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격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도 14세기 유럽을 휩쓸며 많은 변화를 강제하던 페스트와 유사한 결과를 가져올 것 같다. 이제 인류는 모든 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가톨릭교회도 커다란 변화 앞에 선 것은 마찬가지다. 새 시대에 대한 기대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혼재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확대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교회의 무게중심이 자연스레 대규모 집회가 지향하게 되는 성사와 전례중심의 신앙체제에서 개인적이고 인격적인 하느님과의 관계를 중히 여기는 영성으로 기울어 이제껏 거의 잊혀져 왔던 신앙의 신비적 성격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이제껏 교구중심으로 팽창해온 한국교회의 특성을 볼 때, 교구 성직자들이 교우들의 절박한 영적요구에 적절히 응답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많은 어려움이 있으리라 예상된다. 수도회의 Back up 기능이 새삼스러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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