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소화데레사 (서울)
마음이 온통 산란하다.
마치 꽃봉오리만 봐도 설레던 사춘기 때와 같다.
안정감 없는 마음은 오갈 데가 없어 지금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동경만을 쌓아 놓는다.
발이 묶인 것 같은 갑갑함은 어디라도 떠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일으킨다.
어느 날 문득 찾아든 이 갑갑함과 산란한 마음을 왜 부여잡고 놓지 못하고 있을까?
곱씹어 생각해본다. 딱히 무엇이다 할 만한 이유가 없다.
한 권의 책을 온전히 읽어낼 시간도, 힘도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힘이 쭉 빠진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집안 꼴은 정말 너저분하여 당장이라도 엉덩이 들고 일어나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온몸은 꼼짝을 하지 않는다. 내 시간을 쓰고자 할 때 정말 내 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동안 나는 일에 묶여서 혹은 어떤 관계에 속해서 분주하게 오고 갔을 뿐,
나를 성장시키는 핵심이 없었던 것 같아 속앓이를 한다.
기대치와 욕심은 불어터져 뚝뚝 끊어지는 국수 가락처럼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버린다.
어제의 하루와 오늘의 하루가 그다지 다르지 않는데,
요즘 내 마음은 길을 잃었고 사춘기 아이마냥 자유로움만을 원하고 있다.
갱년기(更年期)는 다시 살아내는 삶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했던가?
삶을 되돌아보고, 늙어가는 이전과 다른 내 몸 상태를 들여다보면서
얼마간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무게감 있고 책임감 있게 살아가야 할 시기일 텐데...
나는 늙음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그저 놀고먹는 것을 즐거워하는 단순 행복감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싶다.
중년의 무게감이 몸에 스며들어 향기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새털처럼 가벼운 몸짓들만 남아 있는 것 같아 새삼 혼란스럽다.
길 잃은 마음은 언제쯤 길을 찾을 런지.
돌아왔으면 좋겠다. 단단하고 유쾌한 나의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