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네이 글방

다네이 글방 회원들의 글을 올리는 게시판입니다.
2018.05.21 09:12

책을 읽다

조회 수 30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최경원 소화데레사(서울글방)

 

언제부터인가 별 이유 없이 책을 읽지 못했다.

나름 책읽기를 좋아했지만.

어느 때부터 내가 읽고 싶은 책보다는 아이들 필독서를 읽었다.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게 만들고 싶은 엄마 욕심으로.

누군가 권해주는 좋은 책들을 사 놓고 쌓아두곤 한다.

읽고 싶은 욕심으로.

책은 장식품이 되어 뽀얗게 먼지를 먹고 책장에 머물러 있다.

 

다네이글방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다시 책을 읽는다.

욕심으로 책을 만지작거릴 때와 다르게

완독을 목표로 단순하게 책을 읽는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 읽어냈을 땐,

마치 설악산 대청봉을 용 써서 올랐을 때처럼 희열과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시작은 잘 하면서 마무리를 제대로 못하는 경향이 있는 나에겐

‘끝맺음’ 그 자체만으로 스스로 대견하고 칭찬해 주고 싶은 일이다.

 

지난 여름부터, 그렇게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덤벼들지 않고,

끝맺음이라는 목표를 갖고 글방에 나와 읽고 쓴다.

그러니 편안하다.

글방 식구들과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목표가 주어진 셈이다.

그냥, 책을 읽기만 하면 된다.

완독만 하면 되니 부담스럽지 않다.

 

얼마 전 어렵게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를 읽곤,

내 무지의 끝을 보는 듯 했다.

그래도 글방 수업을 하고 나니, 내 무지함이 별스럽지 않다.

글방 식구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했고,

어렵다고 하면서도 읽어 냈고,

절대 나 혼자라면 읽지 않았을 책과 마주해 투덜거림 가득했지만,

그 역시 나쁘지 않았다.

 

책을 읽는다.

아주 독특한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

세상에서 먹고 사는 일과 전혀 무관한 책을 읽는다.

내가 관심 없는 분야의 책을 읽는다.

책을 읽고 있는 내가 좋다.

한가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로움에 감사하다.

세상을 다 끌어안을 수 있을 만치 풍요로워지길 욕심내본다.

책을 읽는다.

멋진 일이다.                                                               

 

책읽는다.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 다네이 글방 file mulgogi 2017.11.27 1679
89 마치면서 file mulgogi 2019.11.14 623
88 감사의 말 mulgogi 2018.06.28 534
87 대게와 꽃게 mulgogi 2019.11.03 522
86 그녀의 밥상 mulgogi 2019.10.20 498
85 밥 비비는 소리 mulgogi 2019.10.28 487
84 명절 생각 mulgogi 2019.10.13 442
83 사진말-겨울 나그네 file mulgogi 2017.12.07 426
82 나를 바라보시는 주님 mulgogi 2018.03.19 390
81 예수님과 함께 걷다 file mulgogi 2019.09.17 387
80 다네이 글방 test file passionist 2017.11.25 384
79 디모테오 순례길에서 만난 ‘참나’ file mulgogi 2019.08.11 374
78 사진말-어둠 file mulgogi 2018.06.27 350
77 영혼의 거울에 비춰진 심미안 mulgogi 2018.04.04 345
76 잊지 못할 수녀님 mulgogi 2018.03.26 341
75 공소지기 file mulgogi 2017.12.18 341
74 사진말-봄비 file mulgogi 2018.03.15 339
73 봉헌하는 삶 mulgogi 2018.06.11 328
72 사진말-자기 자리 file mulgogi 2018.06.20 325
71 세탁기, 안나 카레리나, 빨간 고추 file mulgogi 2019.09.10 32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