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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1 09:12

책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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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원 소화데레사(서울글방)

 

언제부터인가 별 이유 없이 책을 읽지 못했다.

나름 책읽기를 좋아했지만.

어느 때부터 내가 읽고 싶은 책보다는 아이들 필독서를 읽었다.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게 만들고 싶은 엄마 욕심으로.

누군가 권해주는 좋은 책들을 사 놓고 쌓아두곤 한다.

읽고 싶은 욕심으로.

책은 장식품이 되어 뽀얗게 먼지를 먹고 책장에 머물러 있다.

 

다네이글방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다시 책을 읽는다.

욕심으로 책을 만지작거릴 때와 다르게

완독을 목표로 단순하게 책을 읽는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 읽어냈을 땐,

마치 설악산 대청봉을 용 써서 올랐을 때처럼 희열과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시작은 잘 하면서 마무리를 제대로 못하는 경향이 있는 나에겐

‘끝맺음’ 그 자체만으로 스스로 대견하고 칭찬해 주고 싶은 일이다.

 

지난 여름부터, 그렇게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덤벼들지 않고,

끝맺음이라는 목표를 갖고 글방에 나와 읽고 쓴다.

그러니 편안하다.

글방 식구들과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목표가 주어진 셈이다.

그냥, 책을 읽기만 하면 된다.

완독만 하면 되니 부담스럽지 않다.

 

얼마 전 어렵게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를 읽곤,

내 무지의 끝을 보는 듯 했다.

그래도 글방 수업을 하고 나니, 내 무지함이 별스럽지 않다.

글방 식구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했고,

어렵다고 하면서도 읽어 냈고,

절대 나 혼자라면 읽지 않았을 책과 마주해 투덜거림 가득했지만,

그 역시 나쁘지 않았다.

 

책을 읽는다.

아주 독특한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

세상에서 먹고 사는 일과 전혀 무관한 책을 읽는다.

내가 관심 없는 분야의 책을 읽는다.

책을 읽고 있는 내가 좋다.

한가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로움에 감사하다.

세상을 다 끌어안을 수 있을 만치 풍요로워지길 욕심내본다.

책을 읽는다.

멋진 일이다.                                                               

 

책읽는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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