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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6 09:03

잊지 못할 수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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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미숙 글라라(서울 글방)

 

레미지오 수녀님은 직장에서 만난 내 영어 선생님이시다.

정년퇴직을 하시고 내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소임 받아 오셨다.

수녀님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우리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셨다.

나는 그 시간이 하루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많아 회의실에서 영어를 배우게 되었으나

참석자들이 줄어들면서 응접실에서 배우게 되었다.

자연스레 그 수녀님과 대화를 자주 하게 되었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욱 친밀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삶을 돌아보시고 반성하시고 더 좋은 방법을 고민하시고

실험하고 연구하시는 열정적인 모습이 나를 매료 시켰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배우는 모습은 마치 소녀를 보는 듯 아름다웠다.

부모님을 연달아 여의고 아픈 마음을 달래길 없었던 힘든 시간을

함께 해 주시고 위로 해 주셔서 다시 일어 설 수 있게 해주셨다. 

나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로 주셨다.

황폐해져 있었던 나의 마음은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았다. 

 

수녀님께서는 서강대학교에서 하는 성서 강의를 들어 보라고 권유 하셨다.

그때부터 성서 강의를 듣게 되었고 나의 삶이 새로운 무엇인가로 채워지는 기쁨을 맛보았다.

임신을 해서 힘든 상태였지만 마음만은 충만했다. 

서울에 올라와서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던 내가 기쁘게 살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기회가 되면 수녀님과 함께 영어를 가르치는 다른 수도원에 가기도 했고, 

문학 영화 예술공연도 함께 가면서 황금 같은 시간을 가졌다.

나에게 그런 기쁨을 주셨던 수녀님이 소임이 바뀌어 명동으로 옮기셨다.

 

만남의 시간이 적어질 무렵 수녀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다.

어려운 순간을 넘기고 또 다시 쓰러지자 요양원으로 가셨다. 

수녀님이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나는 어떤 도움도 드릴 수 없었다. 

가끔 병원에 오시는 수녀님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셨다.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나에게 오신 것이었다. 

수녀님은 세상을 겸손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셨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열정을 알게 해 주셨다.

수녀님은 나에게 스승이었고 친구였다.

 

수녀님께 고맙고 감사한 마음 이루 헤아릴 길 없고

수녀님이 나에게 주신 사랑을 고이 간직하려고 한다.

수녀님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시간을 

나 혼자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고자 한다. 

박 레미지오 수녀님,

당신은 하느님께서 저에게 보내주신 천사였습니다.

수녀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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