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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은영 베로니카

 

49살 나는 36살 김지영에게 과연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먹먹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였다. 

차곡차곡 쌓인 말하지 못한 억울함과 어쩌지 못한 상황이

이제는 어쩔 수 없는 힘든 상황 되었고,

그 상황이 계속 진행형이라 답답했다.

 

무슨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나? 

힘들지.  나도 그래.  너만 그런 거 아냐.” 

이렇게 단순화시킬 수 있을까?

"왜 바보처럼 당하고만 있어? 

게 아니라고, 억울하다고, 힘들다고 왜 이야기를 못해?"

"그래 난 말 못해.  네가 이 상황을 알아? 

그리고 말한 후 있을 후폭풍을 네가 해결해 줄 수 있어?" 

고개가 숙여지고 뒷걸음 쳐진다. 

 

익숙한 말들이고 참 많이도 속으로 속으로 삭이는 말들이다. 

여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라서 해야 하고, 여자라서….

그래 해야 한다는 그 일들 할 수 있고 해줄 수 있다. 

그런데 크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했던 내 주위의 것들이

조금만 눈을 들어 보니 그 당연한 것들이 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고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에서, 인터넷에 연결된 지구 곳곳에 살고 있는 다른 세상의 사람들에겐

지금 이곳의 당연함이 그곳에선 “왜?” 라고 되묻는다.  

똑같은 사람인데 누가 누구를 이해하고 한쪽만 희생을 강요 당해야 하냐고…

생각지 않았던 물음이다.

 

김지영과 나는 비슷하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내가 잘하면 되겠지?‘라는 긍정 아닌 긍정.

그런데 실상은 말하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그리고 상황도 바뀌지 않는다. 

내 마음이 네 마음이잖아.’  아니 그렇지 않아. 말해야 해.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믿는다. 

'말하면 무엇 하나.  바뀌지도 않을 텐데. 

괜히 말했다 미움만 받지, 관계만 어색하지.'  맞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러면 강제된 평화만 유지되는 거라 생각돼.

당장은 안 바뀌어.  하지만 완고한 성에 울림이,

아주 미세한 금이 생길 수도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살아 있음을 알게 할 필요가 있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야. 

언젠가 터질 화산이지.  

여자 남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으로서

서로 배려해 주는 것이 그리 어려울까 가끔 생각을 해봐. 

높고 낮음이 아닌, 맞고 틀림이 아닌

'아 그럴 수 있구나.  나랑은 다르구나.' 

그냥 이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일일까 생각 해본다. 

 

그래도 현실이 아닌 책 속 김지영은 먹먹함과 답답함 속에서도

그나마 김지영을 이해하려 하고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앞선 시간을 살면서 불합리를 온몸으로 헤쳐온

친정엄마와 늦되지만 김지영의 변화를 감지하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남의 편에서 내 편이 되기 위해 애쓰는 남편이 그녀에게는 있다. 

 

그리고 김지영과 내가 “그게 왜 이상해” 하고 묻는 남자가 아닌

“그건 이상한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여자이고

또 엄마여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하면 어폐가 있을까? 

우리의 엄마가 그랬듯이 가정 안에서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 아이들에게 남자라서 여자라서가 아닌

사랑하고 사랑 받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고 살아야 하는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알려 줄 수 있어서. 

그러면 이 아이들이 지금의 우리보다 사회적으로 인정 받고

나를 성찰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희망 아닌 희망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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