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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원 소화데레사(광주 글방)

 

오늘은 성당에서 어느 자매의 자동차 축복식을 한 날이다.

신부님께서 내 옆에 하느님이 타고 계시다고 생각하라고 조심운전을 당부하신다.

항상 초심의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는 나는 자꾸 나이를 먹어가니

이참에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 나오는

모건 프리먼 같은 따듯한 운전사를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데이지 여사는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손수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다.

이후 25년이나 데이지 여사를 위해 운전해준

흑인 운전수 호크는 까다로운 그녀와 특별한 우정을 갖게 된다.

치매로 요양원에 가 있는 데이지 여사와 노년에 마지막으로 방문한

호크와의 만남은 아직도 기억에 절절하다.

당시에 나는 저런 특별한 우정을 갖고 싶어 기도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 영화는 내게 <아직도 가야할 길>과

그 후속집 <끝나지 않는 여행>을 집필한 심리학자 스캇 펙의 꿈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가 마치 전도사와 같은 그의 역할을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을 때

그는 꿈을 통해 계시받기를 원한다.

꿈 일기를 써 나가는 중에 그는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꿈에 주목하게 된다.

너무나 촉망받고 자신감 있는 청년이 자신의 차를 직접 몰고 싶어 하지만

거만한 아버지가 엄격히 제지시킨다.

그 엄한 아버지는 자신이 운전한 후에 아들한테 대가로 요금을 지불케 하는,

한마디로 정나미 떨어지는 아버지였다.

 

꿈을 깬 스캇 펙은 그 오만한 아버지에게 분노를 느꼈지만 곧 계시의 참 뜻을 알아차린다.

꿈속의 오만한 아버지는 하느님이고 전도양양한 청년은 스캇 펙 자신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는 삶의 핸들을 쥐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아버지 하느님이며,

그분은 심지어 요금도 원하신다고 생각한다.

그 후의 그의 삶은 마치 전도사의 소명을 받은 사람처럼

기독교의 정신에서 심리학을 풀어나가는 것이었다.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그는 ‘삶은 고해다’로 말문을 연다.

당면한 고통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노력은 필연적으로 신경증으로 귀결된다.

고통을 끌어안으며 슬기롭게 극복하는 과정 중에 우리는 배움에 도달할 수 있다.

이 배움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다음의 4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첫째, 즐거움을 나중에 갖도록 하는 자제력이 훈련되어야 한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하지 않던가.

울면서 씨 뿌리는 이가 곡식 단 들며 춤추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둘째, 자신이 책임지는 훈련이 필요하다.

문제적 인간유형을 신경증적 인간과 성격장애자로 나눈다면 전자는 주로 자신의 탓을,

후자는 주로 남의 탓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선택과 책임을 자각하는 인간이야 말로 건강함의 척도가 아니겠는가.

셋째, 현실에 충실하고 진리에 헌신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는 비난이나 어려움에 직면하면 종종 건강하지 못한 방어기제를 활용한다.

‘너 때문이야’부터 온갖 권위와 경험을 내세워

자신을 합리화하고 타인을 비난하는데 골몰한다.

이는 인생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세상을 살펴야하는 것이다.

배움을 얻는 마지막 방법은 균형 잡기 훈련이다.

잠시 자신의 경험, 판단을 보류하고 포기해보자.

선한 의지로 자신을 포기하고 죽일 때 새로운 성장을 이룰 수 있고 부활할 수 있는 것이다.

 

<끝나지 않은 여행>에서 그는 ‘삶은 고해일 뿐 아니라 복잡하다’고 고백한다.

이 복잡한 인생길에서 우리는 길을 잘 아는 운전수가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고 그분이 차를 몰고 있고

모든 인생길에는 배움이 기다리고 있다면 더욱 마음이 놓일 것이다.

 

언젠가 나는 숙달된 운전 조교와 같은 하느님을 연상한 적이 있었다.

매사에 소심하고 실수를 할까봐 조심스러워하는 나에게 어떤 친구가 가르쳐준 개념이었다.

그냥 내가 운전이 서툰데 옆에 운전과 길에 능숙한 사람이 동승하고 있다고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바로 그분이 내가 지향하는 하느님인가 보다고 혼자 생각하였고

상당히 오래 이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스캇 펙의 고백은 실로 나에게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서툰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고 그분이 직접 나를 위해 드라이빙 하신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때때로 요금을 원하시긴 해도 그분은 내게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주시고 나와 특별한 우정을 쌓길 원하신다.

영화 속 모건 프리먼처럼 넉넉한 미소와 따뜻한 배려를 해주는 운전수 하느님,

오래전에 이런 우정을 갖길 바랐던 기도가 생각나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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