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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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주님은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십니다. 주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우리 주님 예수그리스도와 함께 부활을 경축하며 승리와 해방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도록 합시다. 이제 우리도 주님과 함께 과월, 낡음에서 새로움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갑시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어느 선교사가 부활절을 맞아 아이들에게 상자를 나눠주며 ‘이 안에 생명을 하나씩 담아오라’는 숙제를 내주었다고 합니다. 부활주일 아침 선교사는 아이들이 가져올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가득안고, 상자를 하나씩 열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떤 아이의 상자 속에서는 나비가 날아올랐고, 또 어떤 아이의 상자 속에는 꽃이 피었습니다. 다양한 아이들의 상자를 보던 중 스티브라는 친구의 상자를 열어 본 선교사는 당황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상자는 비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교사는 다른 친구들보다 지능이 조금 떨어진 스티브가 숙제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스티브의 이야기를 들은 선교사는 놀라지 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교사님, 저는 이 안에 예수님을 담아왔어요. 이 상자는 예수님의 무덤이에요. 하지만 예수님은 부활하셨기 때문에 제 상자는 비어 있을 수밖에 없어요.” 

부활의 신비는 ‘너희는 나를 기억하라!’는 주님의 사랑의 기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깊이를 다르게 체험합니다. 관습적이고 타성적인 정신은 참된 부활의 신비를 온전히 깨달을 수 없습니다. 샤르를 베기는 “심술궂은  정신 보다 더 나쁜 것이 있다. 그것은 모든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이 지경에 이르면 사는 게 아니라 단순히 연명하는 것과 같습니다. 죽음에서 사랑을 기억할 때 서서히 익숙하고 당연한 것에서 새로움으로 건너갈 수 있습니다. 일요일 새벽, 몇몇 여인들이 주님이 묻힌 무덤을 향하여 달려갑니다. 무덤으로 달려감은 일상의 익숙한 생활 행위가 아닌 새로운 행위이긴 하지만 그들 마음속에는 아직도 죽으신 주님의 기억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안식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그녀들의 온통 관심은 주님을 제대로 장사해드리지 못한 안타까움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의 마음의 변화 보다 무덤은 더 빨리 변해있었습니다. 무덤에 도착한 그녀들은 깜작 놀랐습니다. 돌문을 어떻게 열 것인가를 기도하며 달려왔었는데 무덤을 가로막았던 돌이 굴러져 있었던 것입니다. 무덤을 향해 달려 들어가니 주님의 시체가 없어졌습니다. 놀랍게 변화된 상황에 직면해서 그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죽음에 대한 생명의 승리를 믿기가 아직은 당황스럽고 어찌할 바를 몰랐는지 모릅니다. ‘죽음에 대한 생명의 승리인 부활’을 수용하기위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 앞에 두 명의 천사가 나타나서 들려 준,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24,7)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사도들에게 달려가서 부활하신 주님을 증거 하였습니다. 그런데 사도들은 여자들의 말을 농담으로, 헛소리로 듣고 믿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나 유독 베드로만은 벌떡 일어나 ‘무덤으로 달려가서 몸을 굽혀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곳에는 아마포만 보이고 정말로 주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일어난 일을 속으로 놀라며 집으로 돌아갔다고 복음은 단순하게 전해줍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누구도 성령으로 말미암지 않고서는 부활의 신비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여인들과 베드로에게는 분명 열정과 열성은 있었지만 결코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이 성취되었음을 눈으로 확인하고도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신앙생활은 나의 믿음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일은 성령의 힘을 구하는 것입니다. 성령만이 들은 것을 기억하게 만들어 주며, 보이는 것을 통해서 보이지 않은 신비를 깨닫게 합니다. 오늘 복음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여인들과 베드로 사도가 목격한 ‘빈 무덤’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시신이 없어지고 무덤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인들과 베드로의 눈앞에 펼쳐졌던 놀라운 광경, 빈 무덤은 오늘 우리들 눈앞에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제자들과 우리 앞에 놓여 진 빈 무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오늘 밤, 부활 성야에서 우리 역시 빈 무덤 앞으로 초대받고 있습니다. 빈 무덤이 우리에게 주는 영적 교훈은 우리 안에 성소로 지어진 그 성전 안에 오직 예수그리스도로 채워져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영혼 속에 주님의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와 물로 이루어내신 성전이 있습니다. 우리 영혼의 성전에 머무실 분은 오직 주님이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랫동안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내 안에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는가? 우리 마음의 성전에는 하느님 보다 세상적인 가치, 물질적인 욕심 , 현세적인 안정과 안녕, 세속적인 출세와 권력 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기에 결코 부활의 새 생명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 그 모든 것을 비워내고 영혼의 성전을 빈 무덤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표현하는 빈 무덤 앞에 우리 역시 비워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빈 무덤처럼 우리 영혼에 가득 찬 그 모든 것을 말끔히 비워내야 합니다. 우리의 배신과 배반, 우리의 태만과 불충실, 우리의 욕심과 교만, 우리의 미움과 보복, 우리의 좌절과 열등감, 우리의 실패와 상처, 우리의 아픔과 고통 등을 비워내야 합니다. 그러할 때 부활하신 그분의 성령에 의해서 우리 내적 성전에 평화와 기쁨, 생명과 사랑으로 채워지게 되고 그래야 비로소 주님의 말씀이 기억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속에 이미 새겨진 말씀으로 거듭나서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육신 안에서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으로 사는”(갈2,20) 부활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부활의 새 생명으로 거듭난 사람들이 세상에 나가 복음의 산 증인으로 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역사하심과 기적을 보고도 ‘거 참 이상한 일이네’ 라고 말하며 고개를 꺄우뚱했던 베드로나 다른 제자들과 같은 신앙상태로 살아서는 아니 됩니다. 왜냐하면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부활의 신비를 선포한 첫 증거자들이 여성이었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믿지 못하고 헛소리처럼 여기고 여자들의 말을 믿지 않은’ 사도들의 태도가 제게 불편하게 닥아 옵니다. 세상도 그렇고 교회 안에도 아직도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고 차별받는 부류가 있습니다. 사도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는 여인들을 무시합니다. 심지어 여인들이 말하는 것은 헛소리라고 여겼습니다. 그러한 사도들의 태도는 여성의 말이라면 그 무엇이든지 신뢰하지 않는 당시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예전도 그렇고 지금도, 예수님께서 그토록 진리 편에 서야 하고, 진리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셨지만 그들은 진리가 아닌 교만의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항상 섬기는 사람이 되라 하셨지만 그들은 군림하였습니다. 이처럼 사도들은 진리 앞에서 권위와 신분을 내세웁니다. 우리 안에도 이런 사도들의 권위주의적인 태도와 시선이 남아 있습니다. 사도들이 참으로 부활의 참된 증거자가 되기 위해서 그들도 역시 이런 것을 비워내는 작업과 함께 초심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갈릴래아로 되돌아가야 했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오늘 우리가 들은 로마서의 말씀대로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님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았고,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것처럼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부활은 단순히 죽고 난 다음에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변화된 새 삶을 사는 것입니다. 거듭거듭 새롭게 변화하는 삶, 그리하여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 그것이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며 부활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변화된 신앙인의 경우에는 신앙이 생활을 지배하지만 변화되지 않은 신앙인의 경우에는 생활이 신앙을 지배합니다. 다시 맞이한 부활성야, 예수님의 빈 무덤 앞에서 다시 한 번 예수님을 바라보도록 합시다. 무덤은 죽음의 자리이지만 빈 무덤은 새새명의 자리입니다. 이제 빈 무덤처럼 비워진 자리에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의 주님으로 살아계시도록  생명과 사랑의 빛이신 그리스도만을 바라보며 부활을 향해 나아갑시다. 오늘 밤 파스카 성야 미사의 시작 빛의 예식 부분에서  주례 사제는 부활초에 새 불을 댕긴 후 ‘그리스도 우리의 빛’이라고 3번 선창하고 회중 또한 3번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응답했었습니다. 늘 주례 사제가 세상을 향해 외쳤던 ‘그리스도 우리의 빛!’이란 선포를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부활의 빛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갑시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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