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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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충실히 끝까지 따르고자 했지만 결국 배신하고 그런 자신에 대한 실망과 환멸 가운데, 베드로는 새로운 출발, 재출발을 위해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사실 위기의 때는 익숙한 고향으로 되돌아가서 처음 가졌던 마음을 되살릴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익숙한 일상으로 되돌아가 때를 기다리며 숨고를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오늘 복음의 표현처럼, 그곳에서 밤새도록 고기를 잡으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도 잡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곳이 바로 주님을 다시 만나는 ‘갈릴래아’입니다. 

제자들이 아무 것도 잡지 못한 낙담의 순간, 예수님은 물가에 서 계시면서 제자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 편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21,6) 라고 말씀하실 겁니다. 그물을 던지는 일은 베드로 사도와 동료들이 주님을 따르기 이전에 해왔던 일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새로운 일, 곧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는 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루카 복음(5, 10)에서, 예수님은 이미 시몬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고 말씀하신 바가 이제 성취될 것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그물을 던졌더니 그물을 끌어 올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고기를 잡게 되었습니다. ‘큰 고기가 백쉰세 마리나’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제자들이 이룬 일이 아니라 주님께서 그들을 통하여 하신 일입니다. 사도들은 예수님의 도구이자 연장일 뿐입니다. 이는 우리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만으로 그물을 던지면 한 마리도 잡을 수 없겠지만, 사도들처럼 주님의 말씀과 은총에 의탁하면 많은 결실을 거둘 것입니다. 그러기에  복음 선포자는 언제나 주님이 가리키는 쪽으로 그물을 던져야 합니다. 즉 주님의 도구임을 의식하면서 주님의 뜻을 따라 복음을 선포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복음을 선포하고 살다보면 때론 실망하고 자기 환멸에 빠져 주님을 알아 볼 수 없을 때도 있지만, 만나는 신자들 그리고 복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통해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을 체험하게 되고 활력을 되찾게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복음 선포자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자신의 삶을 통해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부활하신 분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고, 아울러 그들을 통해서 함께 하시는 주님의 현존을 새롭게 깨달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복음 선포자는 마치 베드로 사도가 “주님이십니다.”(21,7)라는 말을 듣고 겉옷을 걸친 채 바다에 뛰어 뜬 것처럼 늘 물과 성령으로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사실 베드로는 3번이나 주님을 부인했기에 주님을 뵙기가 민망하고 부끄러울 수도 있었지만, 그런 자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을 찾아오시고 힘을 북돋아 주시는 자비를 느끼면서, 다만 주님을 만나고 싶은 일념에서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무모할 만큼 어리석음, 단순함이야말로 베드로의 본래 성정性情이며, 주님께 대한 믿음이었을지 모릅니다. 자신의 실패에 집중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면서 오로지 다시 찾아주시고 불러 주신 주님께 대한 믿음의 회복이 바로 부활체험이라고 봅니다. 옷을 벗고 있던 시몬 베드로는 몸에 겉옷을 두르고 그냥 바다로 뛰어든 것은 부활에 대한 확신이며, 그 뛰어듦을 통해 어제의 베드로는 죽고 오늘의 새로운 베드로로 다시 일어서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보게 되고 주님께 대한 믿음을 드러낼 때, 우리 모두는 새로운 하루가 시작될 것입니다. 새로운 날에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와서 아침을 먹어라.”(21,12)고 말씀하시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실 것입니다.  

숯불 곁에서 주님을 배반했던 베드로, 이제 그 숯불 곁에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처음으로 목자의 직무를 수여하실 것입니다. 이 숯불은 베드로만이 아닌 우리 역시도 우리가 부인하거나 배신했던 때, 곧 ‘대제관 집 뜰에 피워져 있던 숯불’(요18,18참조)을 기억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복음 선포자로 불림 받은 것은 그럴 자격이 있다거나 그만한 업적을 쌓았다거나 유능하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 아니라 오직 주님께서 우리를 불러 주시고 선택해 주셨음을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숯불’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숯불은 베드로뿐만 아니라 우리의 비참함이지만 또한 주님의 자비로움의 상징입니다. 또한 이 숯불은 용서와 자비, 사랑과 평화를 상징하는 성령의 불이며 성령의 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숯불 곁에서 예전과 동일하게 “빵을 들어 그들에게 주시고 고기도 그렇게 주셨습니다.”(21,13) 이로써 제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누구십니까?”(21,12)하고 묻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을 복음은 강조합니다. 이는 제자들 모두 예수님의 부활을 확신하게 되었으며, 그 자리가 바로 숯불 곁이었습니다. 그 숯불 곁에서 “요한의 아들 시몬,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도 더 나를 사랑하느냐?”(21,15)라고 묻습니다. 다른 제자들과 비교해서 ‘더 사랑하느냐?’라고 주님께서 물으시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물론 이 질문은 단지 베드로에게만 하는 질문이 아니며, 이 질문은 모든 복음 선포자들의 가슴에 새겨야 하고 가슴을 파고드는 물음입니다. 왜냐하면 그 자리에는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던 제자도 있었습니다. 결국 예수님의 이 물음은 모든 제자들에게 향한 질문이며, 결국 베드로의 대답은 복음 선포자로 불림 받은 모든 사람들이  주님께 드려야 할 대답입니다.  

복음 선포자로 불림 받은 사람들은 주님을 향해 갖고 있는 개인적인 사랑에 대한 물음입니다. 베드로가 교회의 반석, 즉 교회의 받침돌이 된 것은 그의 인간적인 성격이나 자질에 근거하지 않습니다. 사실 베드로는 “주님을 위해서라면 저는 목숨까지 내놓겠습니다.”(요13,37)라고 장담했지만 그 역시도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13,18)라고 예수님께서 예고하신대로 3번이나 ‘나는 모르오’라고 부인하였습니다. 그런 베드로이었기에, 예전과 달리 조용히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21,15.16)고 밖에 달리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베드로의 대답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대답 중에서 가장 성숙한 대답입니다.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그는 겸손한 자세로 자신의 대답에 담긴 모든 것을 주님의 사랑에 맡겨드립니다. 이때의 베드로의 겸손한 대답은 예수님께서 자신의 발을 씻어 주려할 때, “주님, 제 발은 절대로 씻지 못하십니다.”(13,8)라고 소리치던 때의 격정어린 과신이 아닙니다. 그는 이 순간 ‘저는 다른 사람들이 주님을 사랑하는 것 보다 더 사랑합니다.’고 말할 수도 없었고, 오직 주님의 힘에 의지하여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슬퍼하며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21,17)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그런 베드로를 향해서 예수님은 “내 양들을 돌보아라.”(21,15.16.17)라고 힘을 실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만나서 대화하신 것은 주님의 부활 이후의 일이며, 부활의 빛이 있는 동안 베드로는 ‘착한 목자이신 스승처럼’ 자신에게 맡겨진 양들을 돌보고 보살피기 위해서 자신의 생명을 양들을 위해 바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늙어서는 네가 두 팔을 벌리면 다른 이들이 너에게 허리띠를 매어 주고서,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21,18)라고 베드로 역시도 당신과 같은 운명의 길을 가게 되리라고 알려 주시고 힘을 주십니다. 

끝으로 ‘시몬’ 이라는 루돌프 알렉산더 슈뢰더의 시를 인용하려고 합니다. 조용한 마음으로 들어 보도록 합시다. <저는 단 한 번도 당신을 바라본 적이 없습니다. 한 발자국 내딛는 일마저 겁내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한 번도 당신을 바라본 적이 없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제가 낯선 이들에게 품 삵을 받으며 일할 때 당신은 제게 당신께 와서 일하라고 권하셨습니다. 사람이시며 인자이신 당신은 저를 위해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낯선 이들에게서 품 삵을 받을 때 당신께서는 제게 당신께 와서 일하라고 하셨습니다. 악한 일을 저질렀으나 당신께서는 이미 저를 용서하셨습니다. 닭이 울기 전에 당신을 부인하고 배반했습니다. 악한 일을 저질렀으나 당신께서는 이미 저를 용서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감사드릴 줄 모르면 당신은 감사를 바라시지도 않습니다. 당신은 그저 넘치는 은혜를 제게 주시고자 할 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감사드릴 줄 모르면 당신은 감사를 바라시지도 않습니다. 묻지 마십시오!! 무릎을 꿇고 말씀드립니다. “제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당신도 아십니다.” 주님, 제가 당신 안에 거하지 않는다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 누가 당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묻지 마십시오! 무릎을 꿇고 말씀드립니다.> 

부활의 새 아침 그 숯불 곁에서 예수님과 제자들 특히 사도 베드로와의 대화의 장면이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마음에 그려집니다. 이 그림을 우리 마음의 창에 걸어 둡시다. “들으소서, 주님, 제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의 구원자 되어 주소서. 아멘”
(시3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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