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1.14 07:49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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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위령성월의 반이 지났습니다. 예전 노인 병원에 근무할 때는 죽음이 우리 삶에서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아주 가까이 와 있음을 현실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으며, 그래서 자연히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책들을 접하게 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녀는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존래란 말인가?>와 같은 인생의 근원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평생 죽음을 연구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친구의 아버지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 것을 목격하고서, 죽음을 알면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존재인가?>를 알게 되지 않을까 싶었기에 죽음에 몰두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녀의 죽음에 대한 연구 결론은 한 마디로 <잘 살자!>인데, 이 말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생명을 유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태어난 보람이 있게끔 <지금 여기서> 아름답게 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이 곧 아름다운 죽음을 맞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 <세상을 위해 어떤 봉사를 해 왔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으면서 늘 <사랑>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늘 복음(Lk17,20~25)에서, 예수님께서도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17,21)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삶의 한가운데 존재의 의미가 충만하고 존재의 보람이 풍요로운 곳 그래서 사랑의 기쁨, 사랑의 평화, 사랑의 친교가 충만한 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라고 봅니다. 하느님 나라는 장소가 아닙니다. 하느님 안에서 사랑의 기쁨과 행복을 누리는 삶입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는 <가는 곳> 혹은 <가야 할 곳>이 아니라 <누리는 것> 또는 <누려야 할 삶>인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미 밭(각자의 영혼과 세상)에 뿌려진 겨자씨처럼(13,19), 밀가루 서 말 반죽 속에 든 누룩처럼(13,21)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가운데 이미 와있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찾아 <너희는 나서지도 말고 따라가지도 마라.>(17,23)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보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고 사람들이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17,20~21) 이처럼 하느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나라가 아니라 <사랑으로 느끼는 행복자체>인 것입니다. 만일 하느님 나라가 눈에 보이는 나라라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도 그 나라를 찾아 나서라고 하셨겠지만, 하느님 나라는 우리 마음속에 있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습니다. 결국 사랑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고, 생명이 충만한 곳이 곧 하느님 나라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생명이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자신은 하느님 나라를 보았다고 하는 사람은 다 거짓말쟁이이고 하느님 나라를 보려고 이리저리 찾아다닐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道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고, 그 도를 찾고 싶어 하는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젊은이는 아주 높은 산에 살고 있는 현자를 만나면 도를 깨우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길을 떠나 마침내 그 현자를 만났습니다. 현자에게 젊은이는 단도직입적으로 “도가 무엇입니까? 도를 어디에서 만날 수 있겠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현자는 젊은이에게 “이곳까지 무엇을 따라 왔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젊은이가 “몇 년을 걸어서 길을 따라 왔습니다.”하고 대답하자 현자는 젊은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젊은이, 자네가 따라 걸어온 그 길이 바로 도일세. 도는 어디에 있는 것이 아닐세, 자네가 길을 따라 걸어오면서 만나고 부딪치고 했던 모든 것, 사랑하고 헤어지고, 밭을 일구고 달구지를 몰던 그 모든 것이 바로 도일세. 그 안에서 도를 찾지 못한다면 어디 가서도 도를 찾을 수 없는 것일세.> 결국 이 이야기에서 日常卽 道라는 말이 나옵니다. 도는 높은 산에서, 이상한 곳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일들 안에 숨겨져 있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하느님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어떤 특별하고 대단한 사건이나 일들을 통해 오거나, 어떤 거창한 것들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하느님 나라는 이미 우리 가운데,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는 예수님 말씀은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에,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그리고 우리가 하는 작고 소박한 일상적인 일들 안에 이미 하느님 나라가 와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하느님 나라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살아가는, 나누고 누리는 삶의 실천을 통해 점점 더 커지고 자라나면서 완성되어 나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세상에서 가장 작은 겨자씨나 누룩에 비유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는 하느님 나라는 어떻게 커지고 자라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말씀과 행동을 통해서 보여 주신 삶(=각자가 한번 완성해 보십시오.)을 우리가 그분처럼 사는 데 있습니다.<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으리라.>(Jn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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