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1.15 08:06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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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브라질에서 개최된 저희 예수고난회 세계총회를 참석하고 난 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 한인 본당 피정을 지도하러 갔을 때도 외환위기를 겪었는데, 지금도 아르헨티나는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1998년 I.M.F 당시 우리나라에도 <론스타>와 같은 <Vulture Fund: 부실화된 기업이나 자산을 헐값에 인수하여 가치를 높인 뒤 고가에 되팔아 시세 차익을 내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투자신탁기금>로 말미암아 많은 기업들이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했던 것과 유사하게 지금의 아르헨티나 상황이 흡사합니다. 썩은 고기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독수리의 습성과 유사하다는 의미에서 Vulture Fund는 끈질기게 사냥할 기업의 재정 상태를 지켜보면서 기다리다가 먹잇감을 낚아 챌 때가 되면 재빠르게 낚아챈다고 합니다. 시체(=죽은 기업/부도난 회사)가 있는 곳에 독수리(=외국 투자회사)가 모여드는 것은 경제계의 흔한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도 어디서 독수리들이 죽음의 냄새를 맡고 기웃 꺼리며 날고 있는지?

 

오늘 복음(Lk17,26~37)에 언급된 노아와 롯 시대와 지금 우리 시대와는 엄청난 시간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의 사람들도 지금의 저희와 전혀 다르지 않은 참으로 앞선 삶, 선진화된 삶(?)을 살지 않았나 싶을 만큼 흥청망청 먹고 즐겼고, 세상의 쾌락만 쫓으며 살았나 봅니다. 노아나 롯 시대의 사람들도 심판(=개인적 죽음)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고 세상일에만 몰두하였고, 하느님을 잊어버리고, 하느님 없이 살았나 봅니다. 그래서 심판이 그리 멀지 않고 가까이 다가 왔다고 설득한 노아나 롯의 주장을 비웃으며 무시했고, 심지어 회개하라는 주님의 천사들의 예고를 듣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결국에 그들은 <홍수가 닥쳐 그리고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17,27.29)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구약 시대의 이 두 사건을 예로 드시면서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시는 날에, 일어날 일에 관해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시는 날은 심판의 날이며, 이 심판의 날은 동시에 구원의 날입니다. 하느님의 뜻과 소리를 듣지 않고 소홀하거나 거부하며 세상의 일에만 몰두해서 흥청망청 먹고 즐기며 쾌락만 추구하던 사람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날은 곧 심판의 날이 될 것이지만,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하느님의 뜻을 살려고 회개의 삶을 살아오던 사람들에게는 구원의 날이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은 구원의 날이 될까요, 아니면 심판의 날이 될까요? 그 날이 어떤 날이 되느냐는 우리 각자가 어떻게 주어진 삶의 남은 날들을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하느님은 기다려 주시고 참아 주시지만 그 때가 되면 반드시 다시 오실 것이며, 그 날에는 어떤 자리에 있건 혹 어떤 일을 하고 있건 상관없이 주님의 뜻을 사는 사람은 살릴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겉에 보이는 것을 보시고 판단하지 않으시고 속내를 꿰뚫어 보시는 하느님의 눈길에서 어느 누구도 벗어날 수 없이 모든 것이 속속들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그 사람이 살아 온 생애 동안 참으로 하느님 때문에, 복음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데려갈 것이고, 그렇지 않고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버려둘 것입니다. 결국 그가 어떤 삶을 선택하고 살았느냐에 따라서 주님께서 오시는 날이 구원의 날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심판의 날이 될 것인가가 결정될 것입니다. 그 날이 오면 한국 정서로 말하면 <주검이 있는 곳에 썩은 냄새를 맡고 분명 떼를 지어 까마귀(=독수리)가 모여들 것입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이 우리 가운데 어떤 누구에게 심판의 날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주님께서 오시는 날 우리에게 시체 썩는 냄새가 나서 까마귀가 모여들도록 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러니 노아나 롯 시대의 사람들의 삶의 태도와 방식을 반면교사로 삼아 주님의 방주, 교회로 신속하게 들어가도록 하되 롯의 아내처럼 세상일에 미련을 두고 뒤돌아보지는 맙시다. 다른 사람들의 비웃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마십시오. 하느님의 목소리에 마음을 무디게 하지 말고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갑시다. 결코 잊지 마십시오. < 주님께서는 오십니다. 주님께서는 반드시 다시 오십니다.> 썩은 고기는 까마귀를 끌어 모아들이듯이 죄인들은 자신의 삶에 심판을 불러들인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심판이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삶의 태도와 방식을 바꿔 깨어 산다면 결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의 죄가 아무리 막중해도 용서 받지 못한다는 그런 절망감에 빠지지 마십시오. 죄가 아무리 막중해도 하느님의 자비는 어떤 죄라도 용서하실 것이며, 이미 용서하셨습니다.>(성 예로니모) 우리는 밀려오는 까마귀를 보고 기분 나빠할 것이 아니라 까마귀가 왜 몰려왔는가를 생각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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