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1.19 07:57

연중 제33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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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오늘 복음은 연중31주일(11월3일) 복음과 같음을 전제하고 들어가고자 합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선뜻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 앞에 나서지 못하고 망설이게 하는 자신의 그림자, 곧 열등감을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때론 그 열등감이 외적인 신체적 조건이나 외모, 내적인 성격이나 능력, 학벌이나 직업 혹 신분 등에서 기인하며, 그로 인해 삶의 태도나 행동방식이 부자연스럽게, 부자유스럽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자캐오는 바로 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상>이었지만, 숨은 열등감에서 벗어나 참된 자신을 회복해 나가는 내적 치유와 구원의 아이콘입니다.

 

<자캐오>란 이름은 <바르다 혹은 깨끗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관장 자캐오의 삶은 자신이 지닌 이름처럼 바르거나 깨끗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그의 삶은 어떤 의미에서 자신도 자신을 알지 못한 채 자신의 그림자를 부정하고 그림자를 다른 것으로 치장하려고 부단히 노력한 삶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자캐오는 세관장이고 부자였으며, 키가 작았다고 소개됩니다. 당시에 멸시받던 세리라는 직업으로 보나, 신체적으로 보나, 그는 온통 열등감을 안고 살았던 사람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의 삶의 여정은 한마디로 우왕좌왕하면서 부정부패, 중상모략, 권모술수, 이중적인 생활, 착취로 얼룩진 흠이 많은 세월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세월이 흐르면서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그 어떤 것 심지어 돈으로도 그의 열등감은 벗어 버리거나 떨쳐 버릴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그의 삶은 갈수록 공허했고, 소외감은 더욱 커져 갔으리라 짐작합니다. 넓고 화려한 집에 호사스러운 실내장식과 고급 가구들로 넘쳐나는 집이라 할지라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집은 싸늘한 무덤과 같은 곳이고, 그에 반해 외로움은 더 깊어지기만 했을 것입니다.

 

삶의 진정한 행복은 따뜻한 가슴으로 서로 사랑을 나누고, 눈을 마주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웃을 수 있는 곳에 참 행복이 있습니다. 사람 냄새가 나지 않고 사람이 머문 흔적이 없는 곳에 아무리 많은 돈을 소유하고 갖가지 영화와 향락을 누린다고 해도 그 사람은 결코 행복하지 않습니다. 사막의 영성가 까를로 까레또는 <우리가 하느님의 심연을 발견하는 것은 우리의 죄악에서다. 악의 심연 밑바닥에 도달할 때 우리는 가까이 있는 은총의 심연에 눈뜨게 된다.>고 자신의 영적 체험을 바탕으로 고백합니다. 이는 곧 인간이 비참의 심연에 떨어졌을 때보다 인간의 눈에 하느님이 분명히 비치는 때는 없다는 공통된 경험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캐오 역시도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이것은 진정으로 내가 원하고 바라는 삶이 아니다.>는 처절한 고뇌와 의문으로 길을 묻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자기가 사는 동네를 지나가신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입니다. 모든 일은 다 때가 되어야 이루어집니다.

 

한창 잘 나갈 때에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자케오가 관심을 가졌겠습니까? 이미 그가 알고 있던 소문, 곧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동료 세리 마태오도 제자로 부르실 만큼 아무런 편견을 가지시지 않았다는 소문도 예수님을 향해 달려 나가는데 작용하였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분을 보려고 달려 나갔지만 키가 작은 그는 군중 때문에 볼 수가 없자 예전 같았으면 전혀 상상할 수도 없었을 행동을, 주저함이 없이 나무 위로 올라가서 마침내 예수님을 뵙습니다. 나무에까지 올라가서라도 예수님을 뵙고 싶은 그는 자기의 빈 마음을 채워주시고 이런 자신을 이해해 줄 분이 필요했고 절박했으리라 느껴집니다.

 

예수님께서 자캐오의 절박한 마음을 보시고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19,5)하고 말씀하십니다. 비록 겉은 화려하고 호사스러운 집이었지만 싸늘한 무덤과 같은 자신의 집에 주님께서 머무르시겠다고 말씀하시니 그는 마치도 꿈만 같았으리라 봅니다. 이런 예수님의 사랑이 담긴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자신의 텅 빈 가슴을 차츰 채우고, 싸늘한 집을 따뜻한 온기로 퍼져 나가리라 생각해 보니, 그는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사랑받는다는 것이 이토록 행복하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주님을 기꺼이 자신의 집으로 모셔드립니다. 이런 사랑으로 넘친 만남과 그리고 자신의 집에 머무르시는 예수님의 모든 것에 감격해서 그는 그 자신 스스로도 놀랄 만큼 선뜻 일어서서 예수님께 <주님! 제 자신의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의 것을 횡령했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19,8)고 선언하게 됩니다.

 

이런 고백의 의미는 곧 그 만큼 자캐오가 자신을 짓눌려 왔던 삶의 근본적인 전환 곧 물질에서부터 하느님, 자신으로부터 타인을 향한 놀라운 내적 태도와 삶의 방식의 전환인 회심하였음을 뜻합니다. 사랑은 사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고, 이 힘은 단지 남에게 베푸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늘 부자연스럽게 하고 부자유스럽게 하는 내적 열등감을 이겨내는 힘이기도 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19,9)고 축복을 내리십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는 순간 자캐오는 구원을 받았으며, 이 구원으로 말미암아 자캐오를 내외적으로 자유롭게 하였으며 오랫동안 짓눌려 왔던 열등감에서 벗어나게 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복음의 자캐오의 이야기이며, 앞으로 우리가 이제부터 살아야 할 신앙의 이야기, 곧 구원의 이야기입니다. <주님이 나를 지켜 주셨네.>(시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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