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2.10 08:22

대림 제2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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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제가 사목했던 제주 표선도 한 땐 한국의 라스베가스로 알려질 만큼 적은 주민 수에 비례해서 상대적으로 많은 티켓 다방이 성행했었습니다. 그런데 통영의 어느 티켓 다방에 일하면서 성매매를 하던 한 여성이 성매매 함정수사 단속에 적발되자, 6층에서 투신한 사건이 몇 년 전 있었습니다. 제가 이 사건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까닭은 그 여성이 죽고 난 뒤 알려진 기구한 사연 때문이었습니다. 그 여성은 17세에 딸을 낳아 미혼모가 되었고, 타향인 통영에 와서 티켓다방 등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수입이 일정치는 않았지만 돈을 벌어 딸을 키우고 있었는데, 공사장에서 일하다 아버지마저 다치셔서 생활비로 얼마씩을 보내면서 힘들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늦은 밤 모텔로 찾아온 A씨에게 화대를 받고, 그녀가 욕실에 들어간 사이 밖에 대기 중이던 다른 단속반원들에게 연락했고,  경찰이 들이닥치자 그녀는 결국 투신자살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녀는 17살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어렵게 살아왔을 것이고, 먹고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팔면서 살아왔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토록 모질게 살아온 그 여성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Jn8,1~11참조)

 

오늘 복음(Mt18,12~14)에 길을 잃지 않은 아흔아홉 마리 양을 두고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선 목자의 비유는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주님은 이 이야기를 꺼내시면서,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18,12)라고 저희에게 묻고 계십니다. 여러분은 위 통영의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 되자 투신한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녀는 분명 길 잃은 양 한 마리 같은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우리는 비유의 이야기를 듣고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서는 것을 수긍할 수 있지만, 후자 곧 투신한 여성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생각하시나요? 먼저 저는 오늘 복음을 들을 때 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어떤 점에서 <한 사람>도 제대로 온전히 사랑할 수 없지만, <한 사람>을 온전히 제대로 사랑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왔습니다. 결국 길 잃은 한 마리를 찾아 나선 어떤 사람은 다른 아흔아홉 마리도 길 잃었을 때 찾아 나서리라 봅니다. 왜냐하면 어느 때일지 모르지만 <아흔아홉 마리> 가운데 어느 양도 예외일 수 없이 길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늘 복음에서 중요한 점은 아흔아홉과 한 마리 양의 숫자에 있지 않고 반복해서 나오는 <길을 잃으면>에 무게를,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느껴집니다.

 

다만 그렇게 숫자를 구분하는 것은 이 점을 보다 더 강조하기 위한 예수님의 깊은 의도가 담겨져 있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18,12~14)은 상대적으로 짧은 복음인데도 무려 4번이나 반복해서 <길을 잃음>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 가운데 한 마리가 길을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남겨 둔 채 길을 잃은 양을 찾아 나서지 않느냐?>(18,12), <길을 잃지 않은 아흔아홉 마리보다>(18,13),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것은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18,14) 이렇게 반복해서 쓴다는 것은 그 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복음에서 숫자 보다는 <길 잃은 양 곧 사람>에 대한 하느님의 관심과 사랑에 초점을 모아야 하리라 봅니다. 이를 위해서 오늘 복음 보다 이전의 문맥에서 역시 반복해서 사용한 단어, 곧 <이 작은 이들>이 누구인가를 알아야 합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마태오 복음 18장의 시작은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하늘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18,1)라는 질문을 받으신 예수님께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사람이다. 또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18,4~5)라는 답변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18,6) 그리고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18,10)고 말씀하심 안에서 반복해서 강조하신 <이 작은 이들은> 바로 당신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 곧 교회를 상징하고 있다고 봅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과 무리들은 당시엔 소수의 <작은 자들> 이었으며 다른 표현으로는 <하느님의 남은 자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작은 자들 안에 때론 길을 잃고 헤매는 양들도 사실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은 길을 잃은 양이 왜, 어떻게 길을 잃었는지를 언급하지 않고, 그 길 잃은 이유가 어떠하든 그것에 관계없이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18,14)는 말씀에 예수님의 깊은 의도가 내포되어 있음을 느끼셨으리라 봅니다. 어느 부모에게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표현처럼, 아빠 하느님에게서는 더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에 감사하면서 아버지의 마음으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나의 형제를 곧 하느님의 아들과 딸들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아버지의 마음은 길 잃지 않은 양들이야 서로 비비고 의지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채 풀을 뜯겠지만, 대열에서 떨어진 양은 그 시간에 혼자 힘들고 어려울 것이기에 찾아 나설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 사람은 단죄나 판단 보다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필요한 자녀이기에 그 길을 잃은 영혼을 찾았을 때 하느님은 그 한 사람으로 더 기뻐하신다는 사실을 받아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돌아온 탕자의 비유에서 큰 아들처럼 아버지께 원망하고 투정 부르기 보다는 아버지와 함께 기뻐하면 좋겠습니다. 더욱 성탄을 준비하는 이 대림 시기를 살아가면서 우리의 마음이 바로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는 하느님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고 그런 마음에서 통영의 투신자살한 여성과 같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없으려면 우리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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