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2.11 08:22

대림 제2주간 수요일

조회 수 1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흔히 스님들은 자신의 공력을 빗대면서 절밥 먹은 지 몇 년 째라는 표현을 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출가해서 절밥(?) 먹은 지 내년이면  벌써 50년이 넘도록 이 공동체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도생활은 한 마디로 <공동체 생활>이며, 공동체 생활은 나와 전혀 다른 부모와 출신 배경과 성격을 지닌 형제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입니다. 물론 그 밑바닥에는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존재들이며, 창립자의 정신을 기본으로 그리스도를 따른 동료이며 동반자라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허나 근본적으로 다른 삶의 관점과 성향이 정화되고 성화되기까지 구성원들이 그리스도와의 관계보다는 자신들의 몸에 밴 생활원리내지 원칙을 살려할 때, 이것이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Mt11,28~30)에서 언급하신 <멍에의 비유>를 토대로 그리스도인의 참 자유를 누리기 위해 어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지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실 멍에란 본디 누군가의 통제를 받는 노예 생활의 모욕적이고도 경멸적인 상징과도 같습니다. 구약의 탈출기의 전제 배경으로 나오는 이집트에서, 농부들이 소의 겨리에 멍에를 씌워 일정한 동선을 따라 일을 시킨 것처럼 이집트인들은 히브리 노예들에게 멍에를 씌웠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오늘 복음(Mt11,28~30)에서 당신의 백성들에게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11,29)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에서 말씀하신 예수님의 멍에는 바로 사랑의 멍에입니다. 이를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2코5,14)라고 표현합니다. 오늘 독서 이사야서는 <그분께서는 피곤한 줄도 지칠 줄도 모르시고, 그분의 슬기는 헤아릴 길이 없다. 그분께서는 피곤한 이에게 힘을 주시고, 기운이 없는 이에게 기력을 북돋아 주신다.>(이40,28~29)고 하신 말씀은 곧 예수님은 사랑하심에 있어서 지칠 줄 모르시기에 우리가 사랑하도록 다그치시고, 재촉하시면서 사랑에 피곤할 때 힘을 주시고, 기운이 떨어질 때 기력을 북돋아 사랑하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단지 <악한 일 혹 나쁜 일>을 피하려는 소극적인 동기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선을 넘어설까 두려워서가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 금기를 넘어선 자만이 왜 금기가 필요한지를 깨닫고 금기를 넘어선 사랑의 계명을 살 수 있다고 봅니다. 주님께서 원하신 바가 바로 우리로 하여금 <생활 수칙이나 원리>보다는 <하느님과의 관계 속에 사는 방식 곧 사랑>을 살기 바라십니다. 사도 바오로가 언급했듯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어 하느님의 영광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 안에서 이루어진 구원을 통하여 그분의 은총으로 거저 의롭게 되었습니다.>(로3,23) 이렇게 우리 모두를 하느님과의 관계 곧 사랑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도록 하느님의 사랑의 멍에로 우리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우리를 제약하는 것, 묶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멍에입니다. 관계란 멍에와 비슷하며, 이 사랑의 멍에가 바로 우리 머리를 들어 세워 하느님을 바라보도록 해주고, 허리를 고정시켜 몸을 펴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도록 다그칩니다. 이렇게 그리스도의 사랑의 멍에는 그리스도인인 저희로 하여금 사랑함에 있어서 뛰어도 지칠 줄 모르고,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르게 힘을 줍니다. 사랑의 멍에는 그러기에 구속이나 속박이 아니고 저희 모두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자기답게 해주고 자연스럽게 해주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아름다운 구속>입니다.

 

그 사랑의 멍에는 그리스도인 우리 모두의 안식처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주시는 멍에는 율법의 무겁고 힘든 멍에가 아니라 편하게 하고 가벼운 사랑의 멍에입니다. 이 멍에가 가볍고 편한 이유는 바로 예수님께서 스스로 먼저 지고 가셨기 때문이며 우리 또한 당신이 짊어지고 가신 사랑의 멍에를 지고 따르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며 예수님의 뒤를 따라 사랑의 멍에를 기꺼이 지고 가도록 초대하시는 그 분의 초대에 기꺼이 응답하도록 합시다.


  1. 연중 제33주일: 루카 21, 5 - 19

    Date2022.11.12 By이보나 Views106
    Read More
  2. 연중 제32주일: 루카 20, 27 - 38

    Date2022.11.05 By이보나 Views107
    Read More
  3. 연중 제31주일: 루카 19, 1 - 10

    Date2022.10.29 By이보나 Views102
    Read More
  4.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마테오 28, 16 - 20

    Date2022.10.22 By이보나 Views124
    Read More
  5. 연중 제29주일: 루카 18, 1 – 8

    Date2022.10.17 By이보나 Views111
    Read More
  6. 연중 제28주일: 루가 17, 11 - 19

    Date2022.10.08 By이보나 Views146
    Read More
  7. 연중 27주일: 루카 17, 5 – 10

    Date2022.10.01 By이보나 Views124
    Read More
  8. 연중 제26주일: 루카 16, 19 - 31

    Date2022.09.24 By이보나 Views136
    Read More
  9. 연중 제25주일: 루카 16, 1 – 13

    Date2022.09.18 By이보나 Views125
    Read More
  10. 연중 제24주일: 루카 15, 1 - 32

    Date2022.09.10 By이보나 Views208
    Read More
  11. 연중 제23주일: 루카 14, 25 – 33

    Date2022.09.03 By이보나 Views147
    Read More
  12. 제22주일: 루카 14, 1. 7 - 14

    Date2022.08.27 By이보나 Views129
    Read More
  13. 연중 제21주일: 루카 13, 22 – 30

    Date2022.08.20 By이보나 Views117
    Read More
  14. 연중 제20주일: 루카 12, 49 – 53

    Date2022.08.13 By이보나 Views131
    Read More
  15. 연중 제19주일: 루카 12, 32 - 48

    Date2022.08.06 By이보나 Views148
    Read More
  16. 연중 제18주일: 루카 12, 13 – 21

    Date2022.07.30 By이보나 Views174
    Read More
  17. 다해(1): 연중 제17주일: 루카 11, 1 - 13

    Date2022.07.23 By이보나 Views197
    Read More
  18. 연중 제16주일: 루카 10, 38 - 42

    Date2022.07.16 By이보나 Views144
    Read More
  19. 연중 제15주일: 루카 10, 25 - 37

    Date2022.07.09 By이보나 Views139
    Read More
  20. 연중 제14주일: 루카 10, 1 – 12. 17 – 20

    Date2022.07.02 By이보나 Views13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5 Next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