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2.16 07:59

대림 제3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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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Mt21,23~37)에서 예수님께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다가와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소?>(21,23)라는 질문을 들으면서 이와 동일한 질문을 받았던 모세가 연상됩니다. 물론 이런 질문을 한 그들은 예수님의 가르침과 하신 일 안에서 자신들과 전혀 다른 권위를 느끼면서 충격을 받았고, 감출 수 없는 불편한 진실 앞에 망설이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합의하에 이런 질문을 예수께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내적 갈등이 묻어나오는 것을 느껴집니다. 이 질문의 밑바닥에는 조금은 자존심 상하고 자신들의 권위에 손상이 오리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질문을 던졌으며, 그로인해 분명 자신들의 권위와 권한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꼈기에 직접 다가와 질문을 던졌다고 봅니다. 탈출기에 보면 모세는 이집트 사람이 자기 동포 히브리 사람을 때리는 것을 보고,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 그 이집트인을 때려 죽였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다시 가서 보니 동족들끼리 싸움을 말리자, 그 사람이 모세에게 <누가 당신을 우리의 우두머리로 삼고 우리의 재판관으로 세웠단 말이오? 당신은 이집트인을 죽이듯이 나를 죽일 작정이오?>(탈2,14)하고 말합니다. 이 말은, 당신은 무슨 자격과 권한으로 그런 말을 하시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을 보낸 사람이 누구요? 당신은 어느 조직, 교파에서 자격증을 받았소? 그 자격증을 보여 주시오!라는 의미입니다. 모세에게 향한 그 사람의 대꾸처럼, 백성의 원로들 역시 동일한 관점에서 묻고 있지만, 이에 대한 예수님은 <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온 것이냐? 하늘에서냐, 아니면 사람에게서냐?>(21,25)라고 오히려 되묻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수님의 권한이 사람에게서 온 것일까요 아니면 하느님에게서 온 것일까요?

 

사실 세례자 요한은 백성으로부터 참된 예언자로 인정받고 있었는데, 그는 예수님을 메시아로 선포하고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믿도록 가르쳤습니다.(Jn1,29-37; 3,26-30) 아무튼 예수님의 반문에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은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요한의 권위, 권한이 <'하늘에서 왔다.'(=하느님으로부터 왔다!)하면, '어찌하여 그를 믿지 않았느냐’하고 우리에게 말할 것이오. 그렇다고 ‘사람에게서 왔다.’,하자니 군중이 두렵소. 그들이 모두 요한을 예언자로 여기니 말이오.'>(21,15~26)라고 갈등하는 모습에 이미 그들은 진퇴양단의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께 <모르겠소.>(21,27)라고 대답하며 발뺌을 했던 것입니다. 그들이 진정 하느님의 사제요, 백성들의 원로였다면, 백성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땅히 하느님만을 두려워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두려워하기보다 백성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왜냐고요. 역설적으로 그들은 그들이 예수님께 물었던 그 권한이 <하늘에서 받은 권한>이 아니라 <인간에게서 받은 권한>이었기에 하느님 보다 백성들이 자신들을 반대하고, 혹시라도 소요를 일으킬까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분명 겉으론 하느님 앞에 서있는 듯싶었지만, 하느님 앞에 서 있지 않았고 사람들 앞에 서 있었기에, 하느님을 믿고 두려워하기보다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더 의식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모르겠소.>하고 대답하며 자신들의 거짓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예수님과 모세의 차이는 바로 그 권한이 어디서 오는 가에 대한 확신의 차이였다고 봅니다. 모세는 분명 <하느님으로부터 권한>을 받았지만, 모세는 그런 확신이 부족했기에 망설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훗날 그는 하느님을 체험하고 나서야 그런 권한과 자격은 제도적인 권한과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자격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성서에서 말하는 권한이란 바로 하느님에게서 나오는 능력이며 힘입니다. 참고적으로 흔히 정체성 혹 신원이란 한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회적인 역할과 기능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한데, 진정한 자아정체성과 신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모세처럼 낯선 땅에서 얻은 자아정체성 곧 신분을 버릴 때만이 하느님 안에서 참된 자아정체성과 신원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참된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아주 어렵고 힘든 자신과의 내적 싸움을 통해서 깨닫게 됩니다. 지금 누리고 있는 사회적 역할이 곧 자신의 신원은 아닙니다. 착각하지 맙시다. 이처럼 오늘 복음에 자주 나오는 <권한>이란 단어는 하느님께만 사용하는 단어로서 하느님의 힘,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 하느님의 힘은 창조하고 치유하고 구원하고 해방하는 힘입니다. 예수님께서 나자렛 회당에서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Lk4,21)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사람들이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은총의 말씀에 놀라워하였듯이 하느님의 말씀은 힘이 있고, 권위가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런 엄청난 권위와 권한 곧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 자신의 안녕과 안전 그리고 인정을 위해 사용하지 않으시고 오로지 사람들을 살리고 깨우치며, 구원하고 치유하며, 사랑하고 용서하심에만 드러내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권위와 권한은 하느님에게서 받은 권한이며, 그 권위는 오직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하느님의 일을 하고 하느님께서 가르치신 것을 가르치실 때만 사용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저 역시도 처음에는 제가 받은 사제의 권한에 대한 의심이 있었으며, 이는 곧 하느님께서 저와 함께하시며 저의 힘이 되어 주신다는 하느님 체험에 따른 확신이 부족했기에 피할 수 없었던 점임을 깨닫고 고백합니다. 저 역시도 모세처럼 내적 체험이 부족했기에,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권한> 보다 <인간에게서 받은> 권한과 자격에 급급하고 연연했던 제 자신의 부족과 나약함을 고백합니다. 사제의 권한은 사람에게서가 아니라 하늘에서 온 것이기에, 오늘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사제인 제가 죄를 사해주면 죄가 사해지고, 사제인 제가 제병을 축복하면 예수님의 몸이 되고, 포도주를 축성하면 예수님의 피가 되는 것은 하느님의 능력이며 힘임을 믿습니다. 그러기에 더 이상 저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처럼 이젠 저는 제가 받은 권한이 하느님에게서 오는지 아니면 인간에게서 오는지 <모르겠소.>라고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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