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2.17 08:08

대림 제3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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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族譜)는 성씨와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는 자료의 하나로 시조(始祖)부터 역대 조상의 얼 그리고 가문의 역사가 담겨져 있으며,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이 족보에 실려 있어 자신과 집안의 뿌리를 알 수 있는 한 집안의 역사책입니다. 또한 대전직할시에는 유명한 뿌리 공원이 1997년에 조성되어 우리나라의 각 성씨 286성 그리고 4,179본관의 족보가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가문의 족보를 알고 계시나요. 사실 요즘은 사람들을 만날 때 자신의 족보 운운하는 것이 흔하지 않고, 저 역시도 잊어버리고 살아오고 있습니다. 예전 제 아버지 살아계실 때 족보를 보긴 했지만, 별로 관심도 없었습니다. 제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는지 기억도 없고.... 이미 하늘나라를 위해 봉헌되었기에 훗날 제가 죽고 난 다음에 저는 해부를 위해 신체 기증과 사용 후 화장해서 뿌려달라고 유언을 했습니다. 물론 하늘나라의 족보에는 제 이름이 기록되리라고 믿지만.

 

매년 12월 17일 복음(Mt1,1~17)은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을 읽습니다. 이 복음의 족보를 읽다보면 때론 분심이 생기기도 하고 왜 굳이 복음의 시작을 족보로부터 시작할까 하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사실 발음하기도 힘들고요.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은 조상이 없는 사람이란 존재할 수 없듯이, 각 사람은 구체적인 가문의 일원으로 태어나고 죽기 마련입니다. 각 세대의 삶이 모아지고 이어져서 가문이 그리고 족보가 생겨나게 된 것이라  봅니다. 이런 맥락에서 예수님 또한 세상에 우리와 동일한 인간으로 태어나셨고 구체적인 한 가문의 핏줄을 이어 받은 사람의 아들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누가 누구를 낳고, 누가 누구를 낳았으며, 누가 누구를 낳았다.>는 문장이 무려 15번 반복되며, 이렇게 해서 42세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참으로 긴 역사이며 그 시작은 아브라함으로부터 예수님까지 이어져 내려옵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서 이런 오랜 시간과 조상들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는 곧 아브라함에게 한 약속이 바로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성취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던 것처럼, 예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인간으로 오시기까지 그렇게 많은 슬프고 아픈 세월과 그 세월 속에 조상들의 피와 눈물 그리고 땀을 흘려야 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곧 우리 각자의 태어남도 동일하다고 봅니다.

 

예수님의 족보를 보면서, 아주 특이한 점은 가문을 대표하는 남성 이름과 대를 잇는 장자의 이름만 기록되어 오다가 몇 몇 여성의 이름이 기록되어 전해져 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의 족보에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다른 네 명의 여성 곧 타마르, 라합, 룻, 그리고 우리야의 아내 밧 세바입니다. 모계를 무시하는 유대인의 족보에 여성이 기록된 것은 대단히 특이한 사실입니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우리야의 아내였던 밧 쎄바를 제외한 세 여인은 이방인들인데, 이는 세상을 구원하실 구세주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민족들에게도 축복의 근원이 되시는 분이심을 밝히면서도, 룻을 제외한 세 여인이 불륜을 저지른 죄인이라는 점은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1,21) 분이신 예수님께서 죄는 없으시지만 <죄 많은 인간의 모습>(로8,3)을 취하신 분이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토록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서 가문(=인간)의 죄와 부끄러운 역사에도 불구하고 태어나셨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곧 인간의 공로로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의 은총과 돌보심임을 강조하는 뜻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는 곧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1,16)는 사실도 하느님의 섭리(Lk1,29)임을 암시하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양반과 쌍놈이란 신분의 차이가 이미 사라졌다고 느껴집니다만, 아직도 가문이 어떻고 하며 말하기 좋아하는 분들도 상당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돈만 주면 족보도 세탁해서 아주 그럴듯한 양반 가문으로 둔갑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자신들의 조상의 부끄럽고 수치스런 흔적을 지우고 새롭게 가문을 과대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이렇듯이 우리 가문의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역사를 오늘 예수님의 족보를 보면서 한번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각자 가문의 어둡고 아픈 과거를 숨길 필요도 없고, 부끄러워 할 이유도 없고 다만 그들의 삶의 노력과 그에 따른 노고를 잊지 말고 자랑스럽게 기억하면서 세상에 제가 태어났음에 감사합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나요. 조상들의 삶을 잘 모르지만, 조상들이 아니 계셨으면 어찌 우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겠습니까? 성탄이 이제 가까이 닥아 왔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시기 위해 오십니다. 우리 각자의 슬프고 어둔 역사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우리 안에 태어나시기 위해 오십니다. 람베르트 노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분은 인간으로 오셔야만 했다. 내가 내 자신이 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기 위해. 그분은 박해받으면서 태어나셔야 했다. 내가 모든 어려움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그분은 무력한 분으로 오셔야 했다. 그분에 대해 아무도 두려움을 갖지 않기 위해, 그분은 내 삶에 오셔야만 했다. 내가 모든 사람을 아버지의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나는 왜 태어났는가? 하느님이 말씀하시기를’ 에서) 참으로 놀라운 주님의 탄생이 아닙니까? 우리를 이토록 사랑하시는 하느님 아버지가 계시고, 그 아버지의 구원의 섭리를 몸소 성취하시기 위해 기꺼이 사람이 되신 예수님이 계시는데 무엇을 부끄러워 할 것이며 무엇을 두려워 할 것이 있겠습니까? 오직 사랑으로 오신 그 분을 사랑으로 맞이하도록 기쁜 마음으로 달려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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