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2.24 08:30

12월24일 아침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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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던 즈카르야는 어느 한 순간 벙어리가 되어 무려 9개월 정도를 말 못하는 벙어리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답답함, 그런 상태에서 살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세상에서 들을 수 있으면서도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할 수 없을 때의 답답함의 고통은 참으로 힘들지 모릅니다. 그러기에 입이 열려 있어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은혜이며, 말할 때 어떤 말을 하는 것이 참으로 사람의 참 말인가를 즈카리야는 뼈저리게 마음 깊이 새겼으리라 봅니다. 물론 그는 천사가 자신에게 향한 예언의 말, 곧 <보라,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Lk1,20)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말문이 열리는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을까요! 물론 그 날은 곧 자신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 곧 자신이 살아오면서 이런 날이 오리라 상상할 수 없었던 아들이 태어나는 날이기에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기쁘고 행복한 날이며, 바로 그 날 자신 또한 말문이 열림으로 영적으로 거듭나는 날이며 하느님의 섭리와 은총의 놀라움을 목격하고 체험하는 참으로 축복받는 날이었습니다. 그러기에 그가 얼마나 가슴 저미며 이날을 학수고대했을까 상상만 하여도 우리 또한 덩달아 기쁨과 환희로 가슴 벅차 오릅니다. 그래서 바로 오늘 즈카르야는 말문이 열리자마자 첫 일성으로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자신이 하느님께서 자신의 부부를 통해서 계획하신 큰일을 믿지 못한 나약한 존재임을 새삼 깨닫고 그 하느님의 전능과 자비하심을 온 존재로 체험을 통한 첫 일성이 바로 하느님께 대한 찬미입니다.

 

그러기에 즈카리야의 노래는 단지 노래가 아닌 새로운 신앙고백이며, 이 새로운 노래의 핵심은 바로 즈카리야 자신이 불신으로 말미암아 벙어리가 되었다가 말문이 열리는 육체적인 치유를 통한 개인적 구원 체험과 더불어 영적인 치유를 체험한 사실을 통해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인 것입니다. 자신은 물론 자신의 이웃들과 친척들 역시 믿을 수 없었던 놀라운 일을 이루시는 하느님의 전능과 자비를 체험하면서 하느님께서는 불가능이 없다는 사실을 더불어 목격함으로써 하느님을 향한 즈카리야의 노래를 마음으로 깊이 듣고 감동하였으리라 상상이 됩니다. 이것이 참된 구원체험입니다. 사실 즈카리야처럼 우리 역시도 자신의 삶의 여정을 통해서 이런 절절한 구원의 체험, 바로 이런 질곡과 같은 어둡고 암담한 삶의 현실에서 참된 해방과 자유를 체험할 때 비로소 하느님을 향한 참된 찬미가 마음으로부터 솟아 올라오고 그런 찬미를 들을 사람 역시도 하느님께서 하신 놀라운 일을 통해 구원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에, 즈카리야는 또 다른 면에서 우리의 아이콘입니다. 불신의 인물에서 믿음의 사람으로 구원된 존재의 아이콘 말입니다. 물론 한 사람의 축복은 단지 한 사람의 축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모님의 <마리아의 노래>에서와 동일하게 즈카르야의 노래에서도 어제의 조상들과 내일의 후손들에게도 내리신 축복임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령으로 가득 찬 즈카리야의 예언의 첫 마디는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는 찬미 받으소서.>(1,68) 이었던 것입니다. 자신과 자신의 후손을 찾아오시어 구원하시고, 자비를 베푸시고 거룩한 계약을 기억하셨다는 것을 찬미합니다.

 

찬미를 드린다는 것은 체험하였기에 그렇게 이끌어 주신 하느님의 크신 자비와 은혜를 생각하면서 찬미를 드리는 것입니다. 즈카리야는 그 자신이 노래한 찬미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찬미였을 뿐만 아니라 성령의 이끄심에 의해서 미래 세대를 위해 자신의 아들을 통해 이루실 일을 앞당겨 예언하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습니다. 분명 즈카리야의 찬미는 개인적인 일로 찬미 드리는 것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하느님이 모든 인류에게 베풀어 주셨던 커다란 은혜에 대해 찬미를 드리는 것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즈가리야가 하느님을 찬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인 이스라엘을 잊지 않으시고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신대로 찾아오시어 구원하시고 자비를 베푸신 것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시므온이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2,29-30)라고 말한 것처럼 즈가리야 자신도 구원을 자기 눈으로 구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하느님을 찬미 드리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주님의 놀라운 구원의 섭리에 감탄하면서 찬미할 수밖에, 하느님을 찬미하고 찬양하는 게 인간의 하느님께 대한 가장 진솔한 믿음의 표현이며 성탄을 준비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즈카르야처럼 우리 역시도 하느님께 찬미 드리기 위해서 그분께서 우리에게 무슨 일을 준비하시어 찾아오시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왜 예수님께서 몸소 인간이 되시려 하시고, 사람이 되심으로 우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다시금 기억하고 자각할 때 마음으로부터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얼마나 크신 일을 하셨는가를 알게 되고 그런 마음에서 진정한 찬미의 노래가 솟아 나오리라 믿습니다. 오늘 아침미사로써 대림시기가 끝나고 예수성탄 대축일 밤 미사를 통해 성탄시기가 시작됩니다. 우리 역시도 즈카르야와 함께 하느님의 대자대비하심으로 말미암아 <말씀이 사람이 되신 거룩한 성탄의 밤>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바랍니다. 사실 즈카리야는 말하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이 침묵의 시간을 지내면서 마음으로 하느님의 목소리인 성령의 생생한 말씀을 들을 수 있었고, 말문이 열리자 찬미의 노래를 통해 세상에 큰 기쁨의 소리를 먼저 외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또한 지난 대림시기를 통해 영적 침묵을 통해 마음에서 들었던 성령의 목소리에 맞춰 온 몸과 마음을 다해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찬미하며 기쁨과 평화가 넘쳐나기를 바라며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진정으로 찬미하는 영혼에 분명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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