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8.09 07:35

연중 제18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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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소부>라는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어느 날 잘못을 한 스님을 포졸이 관가로 호송하는 도중, 날이 저물어 여인숙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스님은 작은 꾀를 부려 포졸이 거나하게 술을 마시도록 했고, 술에 취한 포졸이 잠들고 있는 사이에 포졸 복을 벗겨 자신의 승복을 입혔습니다. 그리고 난 뒤 포졸의 머리를 스님 자신의 머리처럼 빡빡 밀어버리고 줄행랑을 쳤지요. 한참을 자고 난 포졸이 일어나서 보니 호송해야할 스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으며, 뒤늦게 자신의 몰꼴을 보고 나서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중은 여기 있는데 나는 어디로 갔나?”> 흔한 표현으로 현대를 한마디로 일컬어서 <자아상실의 시대>라고 합니다. 이는 ‘참된 나’를 알지 못한 채 방황하고 번민하는 현대인을 두고 하는 표현이겠죠. 성 아오스딩은 오랫동안 방황 끝에 주님 안에서 ‘참된 나’, 곧 자신을 발견하고 난 뒤 이렇게 기도했다고 합니다. <주님, 당신을 알게 하소서. 그럼으로 제가 누구인가를 알겠나이다.> 참된 자신을 발견하고 만나는 유일한 길을 바로 예수님을 통해서, 예수님 안에서 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선 제자들은 물론 오늘을 사는 저희들에게도 동일한 권고를 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Mt16,24) 그런데 예수님의 참 제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이 되는 <자신을 버리고 따른다.>는 뜻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자신을 버린다.>는 의미는 <에고의 욕망을 버린다.>는 뜻으로 이해합니다. 주님을 만나기 이전의 우리 삶은 가정과 사회에서 부지불식중에 주입된 무의식적인 <에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또 이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남과 비교 경쟁하면서 때론 남에게 의도하지 않게 많은 상처를 주면서 살아왔습니다. 이 멈출 줄 모르고 돌고 돌아가는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에 탑승하고서 말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에고의 욕망의 노예가 되어 버렸지만 이를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에고는 본래의 ‘참된 나의 모습’이 아니고 욕망에 붙들려 살고 있는 거짓된 나입니다. 이런 에고의 특징은 <동일화>이며, <육체의 동일화>와 <소유와 동일화>는 여러 동일화 중 가장 뚜렷한 욕구입니다. <소유의 동일화>의 에고는 소유와 존재를 동일시하기에 끊임없이 ‘더 많이 바라고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심리적 요구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Mt5,3)라고 말씀하신 까닭이 바로 이렇게 더 많이 가지려 하고 집착하는 에고를 버리고 에고가 죽음으로써,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16,25)>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마음이 아무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무엇과도 동일화되지 않을 때 자유롭게 온전하게 주님을 따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마음에 가득 차있고 이미 굳어져 있는 욕망을 비우고 내려놓고 주님을 온전히 따른다는 것은 결코 말이나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래도록 거짓된 자아를 ‘참 나’로 착각하고 동일시하고 살아 온 우리가 이를 버리고 끊어버리고 주님을 따름은 참으로 험난한  끝이 없는 여정과 같습니다. 이 여정은 거짓된 자아로부터 죽음을 통해서 ‘참 나’를 되찾아가는 여정으로 개인적인 영적 탈출기와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불행은 <제 목숨을 잃은 것>인데, 거짓된 자아로 산다는 것은 살아있으면서도 이미 심리적으로나 영적으로 죽은 것과 같은 삶입니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없다.>(16,26참조)는 예수님의 말씀은 ‘참 나’를 찾는 것은 곧 <제 목숨을 얻는 것이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참 나를 되찾고 살아갈 때 사람은 비로소 존재의 의미와 살아야 할 이유를 찾게 되고 참된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으리라 봅니다.

 

<자신을 버린다.>는 것의 또 다른 표현은 <제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여러 상징과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저는 <십자가는 지금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것입니다.>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어쩌면 지금껏 욕망을 누리며 욕망을 추구하면서 살아온 자신이 현재 가장 싫어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자기 자신>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으며, 자신이 지고 있는 십자가는 자신의 존재와 성격, 능력과 외모 그리고 자신과 얽혀 있는 인연의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예수님께서 요구하시는 제자의 참된 요건은 바로 이런 자신을 거부하고 부정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주님의 십자가의 길을 부단히 따르려는 의지와 실행이라고 봅니다. 어디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매일 주님을 따르며 산다는 것이 쉬운 길은 아니지만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지만 죽으려하면 살 것>이라는 삶의 교훈을 터득하면서 한 걸음씩 뚜벅 뚜벅 걸어가는 것이라 믿습니다. 지금 가장 힘든 길이 종내는 가장 편안한 길이며, 가장 먼 길이 가장 가까운 길이 될 것입니다. 길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그 길만이 바로 ‘참 나’를 찾게 되고, 그 때 거짓 환상이 아닌 참 진리를 깨닫게 되고, 깨달은 그만큼 자유를 맘껏 누리는 것이 바로 ‘여기 살아 있음’ 그 자체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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