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8.30 07:32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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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에 다행히 지인의 집에 머물면서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자칫 휴가 중에 몸과 마음이 흐트러질 수도 있었겠지만, 기도하고 함께 미사를 봉헌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하느님의 말씀과 은총으로 깨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오늘과 내일 복음인 <열 처녀의 비유>(Mt25,1~13)와 <탈렌트의 비유>(25,14~30)의 주제가 바로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의 처음과 마침의 순간까지 언제 오실지 모르는 신랑이신 주님을 우리는 ‘늘’, ‘항상 깨어 기다리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하늘나라는 <이미> 우리 가까이, 그러나 하늘나라는 <아직> 우리네 삶에서 성취되지 않았기에 우리는 깨어 살아가면서 각자의 빈 등잔의 기름을 우리 삶의 많은 슬픔과 기쁨, 행복과 불행을 통한 얻음과 잃음을 거듭하며 채워나가야 하는 삶입니다. 이 삶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저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슬기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구분되어지고, 그로인해 전혀 다른 삶을 하느님으로부터 정산(精算)받을 것입니다.

 

우리가 겪어서 알고 있지만 쉽게 망각하는 것 하나는 우리네 삶에서 지금 일상에서 누리고 있는 것을 잃어버린 다음에, 잃어버리기 전의 상황으로 되돌리기 혹 되찾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면서 삶의 시간을 낭비하고 후회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깨어 있지 못한 사람은 무언가를 잃고 난 뒤에야 잃어버린 것의 소중함과 ‘여기 지금 살아 있다.’는 놀라운 사실에 대한 고마움을 뒤늦게 서야 깨닫게 됩니다. 때 늦은 후회와 자책을 하지 않는 충만한 삶과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지금 여기서 전 존재로 삶을 직면하고 자기 존재 이유와 의미를 자각하며 깨어 살아야 합니다. 저는 8차례의 전신 마취를 하고 수술내지 시술을 받았기에, ‘깨어나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어느 정도 체험했습니다. 의학적으로 깨어난 상태는 의식, 정신을 회복했다는 것을 말하지만, 예수님께서 <그러니 깨어 있어라.>(25,13)는 권고는 영적이며 실존적 차원에서 내일이 아닌 오늘 ‘지금 여기서 깨어 있음’이며 ‘깨어 삶’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덧붙이자면 불교적인 <깨어 있음은 지켜봄(觀)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지금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마음은 가만히 <지켜봄>에 머무르면 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자기다움>을 <남과 다름>으로 이해하고, 남과 다르기 위한 삶을 살려고 발버둥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과 다르게 살기위해 가장 쉽게 드러난 현상이 남들과 비교해서 끊임없이 더 높은 스펙을 쌓는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의 학교 교육은 진리나 인생의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펙을 쌓아 남들과 다르게 만드는 공장과 같지 않나 싶어집니다. 물론 열심히 부단히 노력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과 다르게, 남 보다 더 많은 스펙을 쌓는 것이 존재하는 이유이고 존재의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다움>은 남과 비교하는 것도 아니고, 남처럼 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담이 하느님처럼 되고 실어했던 것처럼,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우리는 예수님처럼 되어야 하며, 이것이 바로 참된 <자기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인들이, 주님 안에서 기뻐하는 것>(시97,12)처럼 슬기로운 사람들은 예수님 안에서 <자기다움>을 찾음으로서 사람들 앞에서 늘 자유롭고 매사 자연스럽게 말하고 행동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안팎이 늘 열려 있고 깨어 있기에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도 거룩함과 비범함을 느끼고 만지며 살아갔을 것입니다. 

 

슬기로운 처녀들은 내일을 위해 오늘 깨어 사는 사람들이 아니고 ‘오늘 그리고 이미 어제부터’ 깨어 살아가고 있었기에 언제 오실지 모르는 신랑의 오심을 긴장하거나 염려하지 않고 즐기면서, 자신들이 예상하지 않은 때 오신다고해도 오신 신랑 앞에서 갈팡질팡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은 신랑이 오신 그 순간 그 자리에서 어제처럼 오늘도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없이 신랑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깨어 늘 변함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기에 신랑이 오실 미래 또한 평범하게 어제와 마찬가지로 기꺼이 받아들이고 맞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슬기롭다는 것은 오늘 복음에 의하면 그 날과 그 시간을 알지 모르지만 늘 깨어 준비하고 대비하며 지금 여기서 최선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남과 다르게 남처럼 되려고 발버둥치며 인생을 부질없는 스펙의 탑을 쌓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이 소중한 시간과 삶을 기쁘게 행복하게 향유하면서 ‘지금 여기서 이미’ 자신이 해야 하는 바를 묵묵히 충실히 깨어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 복음의 슬기로운 처녀들을 통해서 우리 모두를 흔들어 깨우는 영적 자명종 울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자.>(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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