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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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8,7)는 예수님의 이 말씀은 제 사제생활 내내 저를 뒤따라 왔으며 지금도 채찍질하는 말씀입니다. 1981년 2월 사제서품을 받고 저는 광주 화정동 피정의 집 피정지도신부로 첫 소임을 시작하였습니다. 1980.11월에 발생한 마포 경서중학교 학생이었던 ‘이윤상군 유괴사건’은 모든 국민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더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무려 1년 후 밝혀진 ‘윤상’을 유괴하고 살해한 범인이 바로 그 학교의 체육교사였던 ‘주영형’이란 교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저와 순천 중·고를 함께 다닌 동기이자 동네 친구였었습니다. 고교를 졸업 한 후 10년이 지난 다음, 제 친구는 살인자로, 저는 남의 죄를 용서하는 사제로 교도소에서 만났습니다. 몇 차례 면회와 서신 교환을 통해 만남을 지속했으며, 사형이 집행 된 후 그의 시신을 광주 망월동 묘지에 묻고 장례를 치러준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 그가 범인으로 잡히기 전 저 역시도 다른 사람들처럼 심판과 단죄의 돌을 그에게 던졌지만, 신문을 통해 살인범이 바로 제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날 밤, 밤새도록 혼란스러움으로 잠 못 이루었습니다. 밤새 뒤척거린 저에게 들려 온 주님의 목소리는 ‘아오스딩, 네가 죄 없다고 생각하면 네 친구에게 돌을 던져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 주님께서 죄 많은 저를 사제로 부르신 까닭이 무엇일까를 심각하게 고민했었습니다. 그는 교도소에서 예수님을 주님으로 영접했고, 죽기 전에 속죄의 표시로 자신의 장기를 기증했으며, ‘주 예수님을 믿으세요.’라고 마지막 말을 남기고 죽어갔습니다.  

자비와 사랑의 관점에서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느끼는 점은,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먼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알아보아야 합니다. 특히 상대방의 내면에 숨은 상처를 볼 수 없다면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늘 사람들을 만날 때 외모가 아닌 그들의 내면의 상처를 보셨고,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셨습니다. 제 친구이자 유괴 살해범인 ‘주영형’이나 오늘 복음의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자가 그 단적인 실례입니다. 과연 간음하다 현장에 잡힌 여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예수님과 달리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스승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8,5)라는 질문의 저의는 그녀를 빌미삼아 예수님을 고소할 구실을 만들려고 한 도발이었습니다. 

복음은 예수님께서 아무 말씀도 없이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를 쓰기 시작하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냥감을 노리고 있는 이리 떼의 시선으로 고발자들은 의기양양하게, 사람들 가운데 서 있는 여인은 수치심으로 떨고 있었을 때, 예수님께서 땅에 몸을 굽히신 채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은 까닭은 그녀를 초라하고 비참하게 하지 않기 위한 배려일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죄로 인한 부끄러움과 더불어 자신으로 인해 곤경에 처한 예수님의 눈을 차마 바라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러저런 연유에서 땅에 몸을 굽히신 채 예수님께서는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를 쓰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땅에 쓰신 것은 단지 땅에 쓰신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 안에’ 쓰신 것이며, 아마도 그 글자들은 그들이 주님께 고발한 죄목인 ‘죄, 간음, 단죄’이었거나 아니면 당신 자신이 사람들에게 가르치신 ‘자비, 용서, 사랑’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사실 흙바닥에 쓴 것은 흙에서 온 인간의 운명처럼 바람이 불면 이내 사라지고 마는 것임을 생각나게도 합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고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더욱이 사람의 숨은 생각을 꿰뚫어 보시는 주님께서 침묵하신 것은 고발자들 스스로 자신들이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를 깨닫도록 기다려 준 배려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예수님의 의도를 깨닫지 못한 그들은 아직 가라앉지 않고 흥분되고 격앙된 상태에서 줄곧 답변을 요구하자,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8,7)고 전혀 예상하지 않은 답변을 그들에게 되돌려 줍니다. 그들이 기대하는 답변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곧 그 질문의 비수가 자신들을 향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충격적인 ‘말씀의 돌’을 던지시고 예수님은 <다시 몸을 굽히시어 땅에 무엇인가 쓰셨습니다.>(8,8) 

寸鐵殺人의 말씀! 오직 침묵 가운데서 솟구쳐 오른 진리의 말씀 앞에 그들은 정신이 혼미해져 멘붕 상태에서 안절부절 머뭇거리다가 그 여자를 둘러 서 있던 무리 중에서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떠나갔습니다.>(8,9) 진리이신 예수님께서 인간의 깊은 속내 곧 양심을 향하여 돌 직구를 던진 것이며,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의 얼굴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등을 돌려 물러났던 것입니다. 사실 죄의 질과 양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뿐 우리 모두는 다 죄를 지었습니다. 예수님은 간음한 여인을 고발한 그들을 단죄하시지 않고 각자 자신들의 양심에 비추어 보라고 요청하신 것입니다. 둘러섰던 모든 사람들이 다 떠나가고 그 여인과 예수님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이 순간은 자비하신 하느님과 자비를 필요한 죄인인 인간과의 은총의 만남의 시간이며,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복음의 중요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또한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라는 이 대목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표현입니다. 이는 곧 인간이란 살아 온 세월만큼 죄를 지으며 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새삼 깊이 깨닫게 됩니다. 고백성사 할 때 자주 듣는 할머니들의 고백, <아따 신부님, 죄가 뭐 따로 있다요. 그냥 사는 게 죄지라이!> 사는 게 죄인지 잘 모르겠지만 살아 온 세월만큼 비례하는 게 우리의 죄이기에, 그 죄는 수미산 보다 높고 바다의 모래 알 보다 더 많을지 모르지만 그 많은 죄를 주님께서는 용서하여 주십니다. 

모든 이가 떠난 다음에야 주님은 몸을 일으키신 다음 그녀를 자비로운 눈길로 바라보시면서 <여인아,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8,10)하고 물으신 까닭인 즉 그녀에게 어느 누구도 단죄할 사람이 없음을 확인시켜 주신 다음,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8,11)고 위로와 함께 용기를 심어 주십니다. 그녀는 이 사죄의 말씀을 들으리라는 어떤 기대도 할 수 없었으며, 이미 심리적으로 사선死線을 넘었으며 단지 육신의 죽음의 문턱을 넘는 순간 다시 살아나게 된 것입니다. 그녀는 한 마디로 과거의 육적이고 거짓된 자아가 죽고 영적이고 참 자신을 되찾게 된 것이며, 이 주제가 바로 사순 5주일 복음의 핵심이라고 보입니다. 죽음으로 다시 살아나리라! 우리 모두는 주님의 자비로 거듭난 존재이며, 자비와 용서받음으로 새롭게 다시 일으켜 세워진 존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고발자들이나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 모두에게 자비를 베푸신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는 예수님의 그녀에게 당부한 말씀은 곧 우리에게도 하신 말씀이기에 잊지 않고 명심해야 합니다. <나는 너그럽고 자비로우니 이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복음환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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