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5.19 07:02

부활 제5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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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다네이 영성학교의 2019년 전반기 강의 주제는 <요한 묵시록에 대한 기초적 이해>이며, 강사는 광주 가톨릭대학 한재호 루가신부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요한묵시록은 미래를 예언한 책이라기보다 당대 박해를 겪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성경입니다. 물론 지금은 박해의 시대는 아니지만 급변하는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 우리는 ‘정체성 위기와 함께 내적 신앙의 위기’를 겪고 있기에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요한묵시록의 메시지는 아직 우리에게도 유효하다고 느껴집니다.

 

특별히 오늘 우리에게 선포되는 제2독서 요한 묵시록 21, 1~5절의 다음 구절들이 제 마음에 새롭게 다가옵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첫 번째 하늘과 첫 번째 땅은 사라지고 바다도 더 이상 없습니다.>(21,1) 요한이 본 이 놀라운 비전은 바로 우리가 보고자 하는 비전이며, 이 비전의 핵심은 바로 어제와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세상이란 바로 <거룩한 도성 새 예루살렘입니다.>(21,2) 그렇습니다. 그런데 새 예루살렘인 새 하늘과 새 땅은 단지 <외적 시간의 흐름>에 의해서 실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흐르는 것입니다. 새로운 세상은 우리가 찾아가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하느님께 신뢰하고 하느님의 뜻을 찾아 갈 때 하느님께서 이루고자하시는 새 하늘과 새 땅은 우리를 통해 실현되어 가는 것입니다.

 

어제 육신으로 죽으셨다가 오늘 영적으로 부활하신 주님의 파스카 은총은 당신께서 이루신 새 예루살렘인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살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새로운 세상에 맞는 우리의 새로운 마음과 자세는 바로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Jn13,34)는 예수님의 유언에 이미 담겨져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강조하신 새 계명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곧 내가 너희에게 본을 보여 준 것처럼 이기적인 사랑이 아니라 이타적인 사랑을, 남을 예속시키고 조정하는 사랑이 아니라 남을 자유롭게 하고 남을 이롭게 하는 사랑, 남을 심판하고 단죄하는 사랑이 아니라 남을 용서하고 구원하는 사랑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랑을 예수님은 이미 우리에게 본을 보여주셨으며 이를 본받아 우리 또한 이런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새 하늘과 새 땅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올바른 삶의 자세입니다.

 

그래서 요한 묵시록은 <보라,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거처하시고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묵21,3)고 선언하십니다. 우리의 거처를 마련하러 하늘에 오르신 예수님은 <하느님을 믿고 또 당신을 믿고>(Jn14,1) 기다린 우리에게 아빠 하느님은 더 이상 홀로 계시지 않고 <사람들 가운데 사람들과 함께 사랑으로 사랑 안에> 머무르신다는 것입니다.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예수님을 통해 말씀하시고 일하신 하느님께서 친히 우리와 함께 머무신다는 놀라운 소식입니다. 우리의 비참함과 울부짖음을 보고-들으신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통해 이끌어 내신 후 새 하늘과 새 땅이 바로 당신이 거처하신 곳이 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계시기에 이제는 더 이상 <죽음이 없고 다시는 슬픔도 울부짖음도 괴로움도 없을 것입니다.>(묵21,4) 그러기에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거처는 <물리적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안에 머무르신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의 부활로 시작된 새로운 세상에 맞갖은 사랑의 삶으로 공동체를 일으켜 세우려고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제자들의 힘을 북돋아 주고 믿음에 충실하라고 격려하면서>(사14,22) <하느님께서 자기들과 함께 해 주신 모든 일과 또 다른 민족들에게 믿음의 문을 열어 주신 것을 보고히였다.>(사14,27)는 언급을 통해서도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 있다.>는 말씀이 입증되었습니다.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영광스럽게 되었던>(Jn13,31) 것처럼 새로운 세상에 맞는 새로운 삶의 태도인 사랑의 삶은 사람들 가운데 계신 하느님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는 일이며,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묵시록이 제시한 희망의 비전은 <이전 것들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보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21,5)고 선언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 자체가 바로 새로움이며, 당신의 부활을 통해 <우리를 참으로 새롭게 만드셨으며 평화와 기쁨으로 충만한 존재가 되도록 만드셨습니다.> 부활의 새로움에 참여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진정한 새로움은 탄생의 진통을 겪는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어야 하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어야 한다고 합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이 그렇게 피어난다면, 하물며 인간존재의 거듭남에 고통은 피할 수 없습니다. 부활은 수난과 죽음을 통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새로움입니다. 이렇게 부활을 믿기에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죽음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죽음을 받아들이며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는 죽음이야 말로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죽음은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과 ‘새로운 것들’을 체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주님, 모든 것을 새롭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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