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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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나라, 수많은 도시, 셀 수 없는 여러 도시의 성당을 저는 방문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성당은, 호주 브르즈번 도심의 높은 빌딩 사이에 소박한 고딕 건물의 성 스테판주교좌 성당입니다. 이 성당의 외관은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성당 내부를 새롭게 리모델링하면서 교회 전례 정신에 입각하여 제대를 그리고 제대 옆에 작은 성세대를 배치한 구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미국 L.A 도심에 지진 이후 새롭게 건축한 현대적 주교좌 성당은 마치 도심 가운데 ‘영혼의 쉼터이자 영혼의 오아시스’처럼 외부는 소음이 진동하지만, 그 내부는 침묵과 정적이 흐르는 곳으로, 양쪽 벽면에는 25 성인들의 태피스트리가 제대를 향해 거치되어 있으며 특히 거대한 제단과 그 제단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세례자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기 위해 무릎을 꿇고 계시는 예수님의 태피스트리가 인상적인 성전입니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 우주는 가장 거대한 성전이며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가는 지구 또한 성전입니다. 그리고 소우주라 불리는 인간 존재 자체가 하느님의 시선에서 보면 성전이며, 그 성전 가운데 지성소는 바로 인간의 영혼을 품고 있는 육신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세상에서 가장 성스럽고 가장 아름다운 천장화로 유명한 성 시스티나 성당은 여타의 다른 성전과 비교할 수 없이 탁월하고 우월한 성전이지만, 인간 영혼보다 더 아름답거나 성스럽지 않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저 드넓은 우주 공간도, 지구 곳곳도 훼손되고 오염되었으며 인간의 몸과 영혼 또한 동일한 처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성전의 정화와 회복은 거시적인 차원에서나 미시적인 차원에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며 책무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성전은 3가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성전은 기도의 장소입니다. 하느님을 섬기고 찬양하는 곳이 성전입니다.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할 때는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고 주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는다면 성전에서의 기도는 참된 기도일 수 없습니다. 성전에서 예수님께서 장사꾼들을 내쫓으신 것도 하느님을 잘못 섬기는 것을 꾸짖으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예수님 몸이 참된 성전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예물을 봉헌하며 기도합니다. <너희가 나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Jn15,5)고 하셨듯이 예수님을 통하지 않고 우리는 하느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예수님과의 만남은 성전 안에서 미사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하느님은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구원의 은총을 주십니다. 예수님이 자신을 성전이라고 하신 이유는 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우리 몸이 성전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모시고 성령과 함께 살아가기에 우리 자신이 성전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사도 바오로는 우리 몸을 성전이라고 불렀습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며 그것은 바로 여러분 자신입니다.>(1코3,17)라고 했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성령을 모시고 기도하며 사는 우리 자신이 성전입니다. 그뿐 아니라 사도 바오로는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성전이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1코6,19)고 말씀하시며 우리 몸이 성전이고 하느님의 거룩한 성령이 머무시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가 가까워지자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셨는데 성전 광장은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장사꾼들과 돈을 바꿔주는 환전상들로 몹시 시끄러웠습니다. 이것을 보신 예수님은 채찍을 만드시어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2,16)고 책망하시며 그들을 성전 밖으로 몰아내십니다. 우리는 음식을 깨끗한 그릇에 담아 먹습니다. 지저분한 그릇에 담긴 음식은 아무도 먹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점에 있어서 유난히도 민감합니다. 저는 중국이나 인도를 여행했을 때, 식당이며 식기 등 모든 것이 너무 더러워서 어떤 음식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더러움에 대해 제가 지나칠 정도로 예민하지만, 다른 사람도 역시 비슷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으로 꽉 찬 곳에는 예수님이 머무실 수 없습니다. 주님을 내 안에 모시려면 내 안의 더러움을 몰아내야 합니다. 인류는 자기 죄로 하느님의 성전을 오염시키고 훼손하였습니다. 이로써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성령이 임하시는 성전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성전은 어떤 상태입니까? 자신 몸의 주인은 바로 자신인 것처럼 착각하고 자신의 몸을 함부로 내두르고, 마음대로 찢고 고치면서 오직 자신의 기분과 타인에 대한 의식, 곧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몰두하고 있다면 이것은 성전에서 장사하던 유다인들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성전을 터전으로 자신의 잇속을 채우고, 남을 착취하고, 세속적인 이해타산으로 살아가면서 성전의 본 의미를 무시한 채 이기적인 자기중심적으로 살았던 그들과 무엇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예전에는 육신을 저주하거나 부정하여 혹사시켰다면, 요즘은 반대로 육체가 곧 능력이고 힘이라고 생각해서 외적인 변화에 투자를 많이 하잖아요. 그러니까 결국은 외적 성전에만 관심이 있지, 왜 예수님이 성전을 정화시킨 그 이유와 열정을 모르는 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지금 예루살렘 성전이 아니라 우리 몸과 마음을 정화하여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성전이 되길 원하시며 <이 성전을 허물어라>(2,19)고 하십니다. 예수님이 쓸모없게 된 성전을 헐어버리라고 하신 것은, 당신께서 몸소 다시 세우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무엇보다 먼저 실행하신 행위가 바로 성전을 정화하고 거룩하게 하느님의 집으로 다시 회복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 성전이 성전답지 못한 이유는 우리의 죄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의 성전에는 온갖 장사꾼이 활개를 치고 있어 하느님께 기도해야 할 거룩한 성전이 세속화되고 혼란과 무질서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내 마음이 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복음이 뿌리를 내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채찍으로 성전에서 장사하는 이들을 몰아내시며 성전을 정화하신 것입니다. 아울러 <성전을 허물어라!>는 질책은 살아 있는 공동체 곧 작은 교회인 가정과 수도 공동체나 본당 공동체를 다시 주님 중심의 교회로 다시 세우라는 호소와 초대로 듣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실 교회는 어제의 낡은 관습에서 벗어나 시대의 표징과 필요에 응답하는 교회의 새로운 규범을 확립하라는 말로 제겐 들려 옵니다. ‘허물어라’는 표현은 즉 ‘다시 세워라!’는 표현입니다. 무엇을 기반으로 해서 어떻게 다시 세워야 합니까? 이것이 우리에게 향한 도전이며 초대입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서 내려 주신 십계명의 새로운 쇄신을 바탕으로(탈20, 1~17참조) 그리고 하느님의 힘이시며 지혜이신 그리스도의 파스카 삶이(1코1,21참조) 바로 새로운 규범의 키워드입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그분을 모시되 외양만 갖춘 허수아비 신앙인을 향해 힘껏 외치고 계십니다. <성전을 허물어라!> 생각과 말이 다르고, 말과 행동이 다르고, 겉과 속이 다른 우리를 향한 호소입니다. 그분의 뜻을 살아내지 못하면서 그분의 것인 ‘척’만 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견딜 수 없다는 고백입니다. 그분의 백성이라면서 백성답게 살지 않고, 그분의 자녀라면서 자녀답지 않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분의 구원을 얻은 사람이라면 이름에 걸맞은 성전의 모습을 갖추라는 명령입니다. 세상의 것을 향한 마음을 허물라는 뜻으로 알아듣습니다. 세상과 타협하며 적당히 살아가는 삶에서 회개하라는 초대로 받아드리겠습니다. 세상의 노예가 되어 눈치껏 살아가는 모습을 잘라내라는 명령으로 듣겠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의 것이 아닌 것을 버리고 부수고 허물어버릴 때 그분의 구원이 이루어진다는 다짐이라 믿습니다. 깡그리 털어내고 몽땅 부수어 그분의 성전으로 새롭게 축복받길 바랍니다. 
                              

라떼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미사 감사송을 기도로 바치면서 끝내고자 합니다. <아버지께서는 기도하는 이 집에 자비로이 머무르시며 끊임없이 은총을 내려주시어, 저희가 성령의 성전이 되게 하시고 착한 생활로 주님 영광의 빛을 드러내게 하시나이다. 또한 눈에 보이는 이 집으로 교회를 드러내시고 그리스도의 배필인 교회를 날로 거룩하게 하시어, 무수한 자녀들과 함께 기뻐하며 하늘 영광에 참여하게 하시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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