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3.25 07:56

사순 제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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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독서를 묵상하면서 문득 정호승의 <눈물이 나면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는 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다음 주일엔 제 출신 본당 저전동 성당에 20년 만에 가서 주일미사와 함께 사순특강을 할 예정입니다. 미사와 특강 전에 먼저 부모님 묘를 다녀오려고 합니다. 제 엄마 묘 가까운 언덕에 정호승시인의 묘가 있습니다. 언제나 엄마 묘 앞에 가면 눈물이 납니다. 그래서 저는 눈물이 나면 선암사 해우소 옆이 아니라 이제 엄마 묘에 갑니다. 흔히 인간은 울면서 태어나고 울면서 인생의 의미를 배워간다고 합니다.

오늘 창세기를 통해, 하느님은 우리네 삶의 고난을 지나치시지 않고 지켜보시고,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신다고 하시네요. 주님께서 모세를 부르셔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이집트에 있는 내 백성이 겪는 고난을 똑똑히 보았고, 작업 감독들 때문에 울부짖는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정녕 나는 그들의 고통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그들을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하여,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라.>(탈3,7.8)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시고, 돌보아주실까요!!! 하느님께서 우리의 고통을 알고 계시며, 질곡에서 이끌어 내시기를 원하신다고 하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우리 모두는 삶의 고통과 환난 속에서 하느님께서 침묵하고 계시고 주무시고 계시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 침묵의 하느님께서 때가 되어 당신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시어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시며 우리의 고통과 고난 가운데 함께하시고 이끌어 내어 주실 것을 믿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빌라도의 학살과 실로암 탑의 붕괴로 안타깝게 죽은 사건을 인용하시면서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Lk13,3.5)고 하신 말씀의 의도를 깊이 새겨야 합니다. 이 말씀은 회개의 긴박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자신은 마치 예외인 것처럼 무감각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일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시며, 깨어 살아갈 것을 촉구하시는 말씀입니다. 죄 없는 이들이 당하는 고통과 어이없는 죽음은 개인적 책벌이 아닙니다. 이것은 모든 인간의 죄에 대한 경고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죽어 널브러진 것은 <이 일들은 우리를 위한 본보기>로 일어났으며 <악을 탐내지 말라>(1코10,6)는 경고로 알아들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역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하느님 앞에 진솔하게 우리 자신의 모습을 직시해야 합니다. <죄는 인간의 조건이다.>는 말과 더불어 <회개 없이 구원은 없다.>는 말을 명심하고 하느님께 돌아가야 합니다.

회개를 주저하는 우리에게 <내가 삼 년째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네. 그러니 이것을 잘라 버리게.>(Lk13,7)라고, 이는 잎만 무성할 뿐(=겉만 번드레함)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는 잘라버리겠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도 재배인이신 예수님께서 아빠 하느님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13,9)라고 하느님의 자비에 호소합니다. 이로써 심판은 잠시 지연되었을 뿐이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참고 기다려 주시지만 그래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잘라버릴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회개하여 하느님께 돌아가야 합니다. 기다리시고 참아주시는 주님께 눈물로 간청합시다. <주님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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