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6.15 07:55

연중 제10주간 토요일

조회 수 15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양성 초기인 지원기 때부터, 예전처럼 살아서는 이 곳에서 내가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원초적 생존 본능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예.>와 <아니오.>가 분명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제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단지 선배라는 이유로 휘둘림을 당해서는 아니 되겠다는 생각에서 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해 왔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왔습니다.

 

물론 오늘 복음이 말하는 <예와 아니오>와 뉴앙스가 다르겠지만, 저는 이런 연유에서 <예.>라는 말 보다 <아니요.>란 말을 더 자주 빈번하게 표현하며 살아온 편입니다. 무척 자기 방어가 강한 사람입니다. 가끔 저를 표현할 때 저는 똥개라고 말합니다. 왜 똥개는 자주 큰 소리로 짖어대는지 아십니까? 그것은 스스로가 힘이 약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반면 진돗개는 아무 때나 짖지 않습니다. 저는 겉으로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마음이 여리고 약한 사람입니다. 강한 척할 뿐이지.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처럼 그렇게 저를 방어하기 위해 살아왔지만 이젠 더 이상 저를 방어하지 않아도 되기에 요즘은 마음 가는대로 살려고 합니다. 나이가 들면 회색인간이 된다는 표현이 있더군요. 젊은 날에는 <검은 것은 검은 것이고 흰 것은 흰 것>이라고 생각했죠. 나이 들어가면서 회색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쉬운 표현으로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실제로 이런 표현을 자주 사용하신 분이 바로 돌아가신 +박도세 유스티노 신부님이십니다. 그런 신부님의 표현이 예전에 제 성격이나 성향에 맞지 않아서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이젠 받아들입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예전처럼 <아니요.>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면서 침묵하며 살아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흑백이 전부가 아니듯이, 흑백만이 진실이 아니더군요. 과거에도 남 보다 피곤한 삶을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예.’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 라고만 하여라.>(5,37)고 말씀하십니다. 물론 나이 들어가면서 예전과 달리 <아니오.>라고 해 놓고서 <예.>라고 변경하는 경우가 일어날지 모릅니다. 허나 정작 중요한 일은 진리나 정의 앞에서 우리 모두가 <예.>와 <아니오.>가 분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더욱 잘못한 권위자 앞에서는 분명하게 자신의 의사를, <아니요.>라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게 진정으로 나이든 사람의 자세와 삶이라 봅니다. <예.>라고 해야 할 때 <예.>라고 응답할 수 있고, <아니오.>라고 해야 할 때 <아니오.>라고 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진리를 아는 사람이고 이미 자유를 누리는 사람이라고 확신합니다. 오늘 제 삶 앞에 어떤 상황이라도 <예.>할 것을 <예.>하거나 <아니요.>할 것을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기를 청합니다. <주 하느님, 당신 법에 제 마음 기울게 하소서. 자비로이 당신 가르침을 베푸소서.>(시119,36.29참조)


  1.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 요한 20, 2 - 8

    Date2023.12.26 By이보나 Views21
    Read More
  2.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마태오 10, 17 - 22

    Date2023.12.25 By이보나 Views52
    Read More
  3. 주님 성탄 대축일 낮 미사: 요한 1, 1 - 18

    Date2023.12.25 By이보나 Views24
    Read More
  4. 12월 23일: 루카 1, 57 - 66

    Date2023.12.22 By이보나 Views21
    Read More
  5. 12월 22일: 루카 1, 46 – 56

    Date2023.12.21 By이보나 Views45
    Read More
  6. 2월 21일: 루카 1, 39 - 45

    Date2023.12.20 By이보나 Views19
    Read More
  7. 12월 20일: 루카 1, 26 - 38

    Date2023.12.19 By이보나 Views22
    Read More
  8. 12월 19일: 루카 1, 5 - 25

    Date2023.12.18 By이보나 Views19
    Read More
  9. 12월 18일: 마태오 1, 18 - 24

    Date2023.12.18 By이보나 Views18
    Read More
  10. 대림 제2주간 토요일: 마태오 17, 10 – 13

    Date2023.12.15 By이보나 Views30
    Read More
  11. 대림 제2주간 금요일: 마태오 11, 16 - 19

    Date2023.12.14 By이보나 Views48
    Read More
  12. 대림 제2주간 목요일: 마태오 11, 11 - 15

    Date2023.12.13 By이보나 Views31
    Read More
  13. 대림 제2주간 수요일: 마태오 11, 28 - 30

    Date2023.12.12 By이보나 Views48
    Read More
  14. 대림 제2주간 화요일: 마태오 18, 12 - 14

    Date2023.12.11 By이보나 Views30
    Read More
  15. 대림 제2주간 월요일: 루카 5, 17 – 26

    Date2023.12.10 By이보나 Views21
    Read More
  16. 대림 제1주간 토요일: 마태오 9, 35 – 10, 1. 6 – 8

    Date2023.12.08 By이보나 Views23
    Read More
  17.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루카 1, 26 - 38

    Date2023.12.07 By이보나 Views30
    Read More
  18. 대림 제1주간 목요일: 마태오 7, 21. 24 - 27

    Date2023.12.07 By이보나 Views20
    Read More
  19. 대림 제1주간 수요일: 마태오 15, 29 - 37

    Date2023.12.05 By이보나 Views22
    Read More
  20. 대림 제1주간 화요일: 루카 10, 21- 24

    Date2023.12.04 By이보나 Views2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4 Next
/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