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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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Mr3,31~35)은 어머니 마리아와 형제들과 누이들이 예수님을 찾아왔다는 표현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예수님을 찾아 온 이유는 분명하게 드러나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친척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어머니와 형제들이 단지 예수님을 만나보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 찾아 온 것인지 복음은 우리에게 아무런 힌트를 주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복음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즉 예수님을 중심으로 앉아 있는 군중들과 밖에 서 있는 가족들의 위치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합니다. 혈연적으로 가까운 가족들은 정작 밖에 서서 있고, 생면부지의 군중들은 예수님과 가까이, 주변에 둘러 앉아 있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군중들이 예수님의 둘레에 앉은 까닭이야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겠지만, 둘러 앉아 듣는다는 것은 상하의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상징하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수님을 중심으로 둘러 앉아 듣는 사람들 간에는 아무런 차별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도 바오로는 흔히 순명과 불순명의 차이를 <들음 안과 들음 밖>으로 묘사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일견 예수님의 둘레에 앉은 사람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고 살려는 사람이며, 들음 밖에 있는 그 가르침을 따르지 않은 사람들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이로써 이제 새롭게 시작한 하느님의 나라는 낡은 혈연적 관계 중심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가족을 중심으로 모여진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앙적이고 영적 가족의 기준은 바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의 뜻을 실행> 여부에 달려 있다는 선언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3, 34~35)라는 말씀을 통해 직접적으로 선언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입교 혹 입문성사란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入(들 입)이란 의미처럼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신앙생활의 시작이며, 끊임없이 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며(=새기고) 그 말씀을 실천하는 삶이 바로 영성생활인 것입니다. 새로운 신앙가족은 이렇게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 여부에 있다는 사실을 오늘 복음을 통해서 예수님은 자신의 가족과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선언하신 것입니다. 이 말씀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 복음은 전혀 어떤 단서를 주지 않고 있으며, 그런 이유는 인간적인 감정 보다 하느님의 뜻이 더 우선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다른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이미 자신의 뜻을 밝히신 바가 있었습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Lk14,26)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 당신은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서 파견되셨다고 확신하셨기 때문에 친척들이나 가족들의 의도에 당연히 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혈연적인 가족 관계보다도 하느님의 뜻이 더 우선했던 것이라고 보여 집니다. 또한 지금껏 관습적인 혈연관계의 끈으로 이어져 살아 온 제자들 역시도 너무나 어렵고 힘든 요구 사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당신의 제자들은 이를 실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 제자들이 바로 당신 말씀의 증인인 것입니다. 또한 오늘 복음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신 연유가 계획했거나 의도한 발언이라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니와 형제들과 누이들이 밖에서 스승님을 찾고 계십니다.>(3,32)라는 전갈을 듣고, 즉각적으로 이런 말씀을 통해서 당신 뜻을 가족과 제자들 그리고 군중들에게 표명하신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다른 예수님의 형제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어머니 마리아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Lk1,38)는 고백처럼 어느 제자들 보다 더 하느님의 말씀을 충실히 듣고 따르셨잖아요. 그러기에 어머니 마리아는 한 평생 예수님의 탄생에서 십자가의 죽음의 순간까지 동행하시면서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셨으며, 예수님 승천하신 다음에도 제자들과 함께, 제자들 가운데서 하느님의 뜻을 살아가도록 당신 존재로 본을 보이셨습니다. 마리아는 육신적으로도 예수님의 참된 어머니이셨고, 예수님의 복된 영적 어머니이셨습니다. 어머니 마리아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인간의 표본이셨고, 하느님의 뜻을 실행한 신앙의 모델이십니다.

 

그렇기에 이토록 공개적인 석상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발설하였다는 것은 어머니와 형제 그리고 누이에 대한 억한 심정에서 깎아 내리기 위한 표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이미 어머니와 가족들이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고 있었음을 전제로 한 표현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예전에 저 역시도 고향 본당에서나 가까운 고향 근처 성당에서 강론이나 피정할 때 제 친정 엄마가 오시기도 하셨는데, 그거야 당신 사랑하는 아들을 보고 싶은 심정에서 오신 것이었지요. 이렇게 어머님 마리아께서 일부러 찾아오신 까닭은 단지 오랫동안 서로 보지 못했기에 가까운 곳에 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달려오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중요한 점은 바로 하느님의 가족은 바로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고,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늘 주님 가까이 앉아 주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께서 저희에게 무엇을 바라시는 가를 깨달아 자신의 삶을 통해서 실행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꼭 잊지 맙시다.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이며 하느님의 가족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모두를 당신의 형제와 누이로 만들기 간절히 원하셨기에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3,34)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바로 그리스도의 형제이며 자매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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