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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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은 저마다 예수님의 공생활이 시작된 시점을 다르게 표현하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루가 복음에서는 예수님 공생활의 시작을 어느 장소와 시점에 두고 말하기가 어려운데 그 까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시간과 공간 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루가가 이해하고 파악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오늘 복음(4,14~22)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4,21)에 담겨져 있습니다. 바로 <오늘>, 그리고 <이 곳, 회당에서>라는 표현 안에 주된 요점이 담겨져 있습니다. 결국 루가의 시공개념의 고유성은 <오늘>과 <이 자리>입니다. 이로써 <성령의 능력>이 오늘 이 자리에서 드러나고 있으며, 이 시간과 공간이 바로 복음 선포의 실제적 시점이며 구현될 장소인 것입니다. 그래서 나자렛 고향 마을의 회당에서 예수님께서 <주님의 영의 능력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는>(4,18~20참조) 바로 지금과 이 자리에서 예수님의 공적인 복음 선포와 활동은 실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또한 교회에서 복음이 선포되는 <오늘과 그 자리에서> 예수님의 복음 선포와 활동은 재현되고 실재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매번 예수님의 복음 선포와 활동을 통해 드러날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예수님의 모든 활동(=사람을 살리는 일)을 요약한 백서(白書)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구원자이신 예수님과 만남을 통해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며 자신을 잡고 있는 것, 눈멀게 한 것, 억압하는 것을 깊이 자각하고 이런 상태와 처지에서 구원-해방-자유를 체험할 때 비로써 성숙하고 참된 자신, 본래적인 자신을 회복하며 하느님 모상적 존재를 완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거듭나지 않은 모든 인간은 하느님 편에서 보면 <가난한 존재>이며, 하느님의 충만한 은총과 진리를 통해서 일어날 때만이 참으로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써 품위를 누리며 살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무엇 보다 먼저 우리의 실존의 상태를 직시하고 직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인간은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잡힌 존재이며, 인간이 잡혀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재물-권력-성입니다. 물론 인간은 재물을 필요하며 이는 곧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재물에 노예가 된 듯 보여 지는 것은 가진 사람도 가지지 못한 사람도 거의 동일합니다. 가진 사람은 더 가지고 싶고 지키고 싶은 욕심으로 불안하고,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가지지 못해서 안달하고 불평하고 원망하며 괴로워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살다보면 보아도 보지 못한 영적 장님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기에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기 보다는 늘 자기 식으로 이웃-세상을 바라보기에 늘 터널 내부에 서 있는 사람처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자기 종교만이 참 종교라고 우겨대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과 자기들이 믿고 신봉하는 이념이나 사상만이 옳다고 무조건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처럼 자기 고집과 편견 그리고 자만심에 눈먼 사람들은 그런 모든 자만심에서 눈을 떠야 할 필요가 있으며 그들이 눈을 뜰 때 세상은 좀 더 평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인간의 약함으로 말미암아 질병-악령-죄에 억눌린 채 살아가고 있으며 여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성서에는 예수님의 치유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고 치유 받은 사람들을 통해 하느님께서 여기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고,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 나라와 그 통치를 체험하기도 합니다. 갈수록 세상은 예전과 달리 새로운 질병이 생겨날 것이고 심리적인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리라 예상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의식하건 의식하지 않건 세상에는 보이지 않은 악령의 활동으로 말미암아 힘들어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사탄, 악령은 역설적으로 <제대 주변에 가장 많다.>는 말처럼 은총이 더 활발히 역사하는 곳이나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더 큰 유혹이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악령의 유혹은 좋은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우리가 영적으로 성장하는데 필연적으로 겪는 현실이라고 봅니다. 아마도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악령의 유혹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죄를 없애시려고 오신 예수님의 강생의 이유처럼 죄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운 존재는 성모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인간은 죄인입니다. 죄의 질과 양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뿐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자비를 필요한 죄인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인간의 죄를 단죄하시기 위해서 오신 것이 아니라 구원하기 위해 오셨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안에 항구히 머물면서 매일 구원을 체험할 수 있을 때 충만한 자유를 만끽하리라 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나자렛 회당에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가 다가 왔다는 구체적인 표지입니다. 묶이고 눈멀고 억눌린 상태에서 벗어나 해방과 눈뜸과 자유를 주시려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공생활의 전부이자 전체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으로부터 구원을 받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모습은 단순하고 소박하며 자신의 상태에서 자유롭기를 끊임없이 간절히 기도하며 또한 기도한대로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이 강한 분들이라는 점을 기억하면서 우리 역시도 동일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리라 봅니다. 이에 반해 구원을 받지 못했거나 체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비판적이고, 권위적이며, 이기적인 사람들이었음을 복음은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습니다. 회당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시선이 예수님을 주시하였다는 표현처럼 우리 역시도 우리의 시선을 구원자이신 주님께 집중하고 바라보면서 우리를 묶고 눈멀게 하고 억눌리는 모든 것에서부터 참 자유와 눈뜸과 해방을 체험하는 사람들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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