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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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Mt11,16~19)에서 예수님은 동시대의 사람들을 장터에서 노는 아이들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피리를 불어 주어도 춤을 추지 않고, 곡(哭)을 하여도 울지 않는 아이들에 비유하였습니다. 누가 무엇을 하든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자기 좋을 대로 놀이하는 아이들에 비유해서 말씀하셨는데 이는 비단 예수님 시대의 사람들만의 성향이 아닌 모든 시대의 사람들의 한결같은 성향이나 심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 아집과 편견에 갇혀 있어서, 자기 옳음과 자만에 빠져 있어서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을 뿐더러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들(= 보수와 진보)은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말씀도 듣지 않았고 배척했던 것입니다. 극단적인 자기 아집과 편견에 갇혀 있기에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에 대해서는 무조건 반대하고 무조건 시비를 걸고 무조건 비난할 뿐입니다. 도대체 사람들 안에 무엇이 있기에 이토록 집요하게 <자신과 다른 것은 무조건 틀린 것이다.>고 말하고 행동하면서 끊임없이 자신과 다르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비난과 심판하는 것일까요? 왜냐하면 오늘 복음(Mt11,16~19)에 나오는 <장터에서 노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느 시대든 늘 세상과 타인에 대해 불평과 불만을 터트리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세상과 타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세상이나 타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불평불만을 표출하는 사람들의 마음 깊이에 에고(=이기적 자아)가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고, 이런 이기적 자아를 자각하지 않은 이상 어느 경우이든 어떤 사람이든 극단적인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 성향 때문에 자신의 관점에서 다른 것은 무조건 받아들일 수 없으며 매사에 불평불만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요한의 처신도 예수님의 행동도 마땅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거부하고 배척했다고 봅니다. 중요한 점은 바로 주님의 구원, 하느님의 지혜는 인간의 방식이 아니라 당신의 방식으로 역사하시며 활동하신다는 것이 엄밀한 진리입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류시화가 번역한 <삶으로 다시 태어나기>(에크하르트 툴레 지음)에서, 에크하르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불평은 에고(Ego)가 자신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잘 쓰는 전략 중 하나다. 불평은 어떤 것이든 마음이 만들어 내는 작은 이야기로, 당신은 그것을 완전히 믿는다. 큰 소리로 불평하든 생각 속에서만 하든 아무 차이가 없다. 자기와 동일시할 대상이 그다지 많지 않은 어떤 에고들은 혼자서 불평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살아나간다. 그런 에고에 붙들려 있을 때는 특히 타인에 대한 불평이 습관적인 것이 되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이것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생략) 타인에 대해 마음속으로 늘 부정적인 분류표를 갖다 붙이는 것이 에고의 행동 양식이다. 무엇인가에 대해 불평하는 바로 그 순간, 당신의 머릿속 목소리를 붙잡아서 그것을 관찰하라. 그것은 에고의 목소리이며 조건 지어진 마음의 방식, 하나의 생각 이상의 것이 아니다, 자신은 그 목소리가 아니며, 그것을 자각하는 존재임을 알 때 에고로부터, 관찰되지 않은 마음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자신 안의 에고를 자각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에고가 아니며, 단지 정해진 오래된 마음의 방식일 뿐이다. 에고는 자각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우리는 자각하여 일어나야 하며 일어나려는 그 마음 안에 지혜는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집회서에서 말하기를, <하느님의 지혜는 자신의 백성 한가운데에서 자랑하고, 자기 백성 앞에서 입을 열고, 자기 백성 안에서 영광을 드러냅니다. 하느님의 지혜는 높은 하늘에 거처를 정하고, 심연의 밑바닥을 거닐면서 온 땅을 온 백성과 모든 민족들을 다스렸다. 하느님의 지혜는 누구의 땅에 머물까 하고 이 모든 것 가운데에서 안식처를 찾고 있었다.>(24,1-7)고 합니다. 자기의 편견과 아집을 깨고 나와 하느님의 지혜를 살려고 할 때 하느님은 그 마음 안에 자리를 잡고 사실 것이며, 그 때야 말로 하느님은 그 사람에게 <유익하도록 가르치고, 가야 할 길로 인도하실 것입니다.>(이48,17) 아마도 하느님의 지혜가 머문 그의 마음 안에서는 <평화가 강물처럼, 의로움이 바다 물결처럼 넘실거릴 것입니다.>(이48,18) 그렇습니다. <지혜가 옳다는 것은 그 지혜가 이룬 일로 드러났다.>(11,19)는 말씀은  참으로 올바른 표현이라고 봅니다. 이를 다른 말로 풀어보자면, <하느님의 지혜 혹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옳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하신 십자가의 구원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십자가의 지혜는 하느님의 신비롭고 또 감추어져 있던 지혜를 말합니다.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십자가의 지혜를 깨닫지 못했지만, 십자가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심을 주님께서 이룬 십자가의 사건으로 온전히 확연히 드러났습니다.(1코1,18~2,16 참조) 유다인은 표징을 요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지만, 하느님의 어리석음 곧 십자가는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에고의 어둠과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기적인 자기중심적 자아가 이끄는 삶을 고집하며 장터에서 노는 아이로만 살고자 하십니까? 깨어 일어나십시오. 그 때만이 걸어가야 할 진리와 생명의 길로 주님께서 이끌어 주실 것이며, 마음에 어둠이 아닌 참 평화가 강물처럼 흘러넘칠 것입니다. 눈을 뜨고 세상과 이웃들을 보십시오. 이미 주님께서 이루신 십자가의 지혜와 힘으로 구원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습니까? 이제 더 이상 어린이와 같은 장난질 그만 하시고 성숙한 어른답게, 그리스도인답게 십자가의 지혜를 살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오늘은 <빛>을 의미하는 성녀 루치아 축일입니다. 축일을 맞는 모든 분들이 하느님의 빛 가운데서 거닐고, 그 빛을 어두운 세상에 비추는 삶을 사시길 바라며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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