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2.23 08:20

대림 제4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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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읽은 매일미사의 <오늘의 묵상>을 읽고서,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에 먹칠을 한다.>라는 표현이 어디서 어떻게 사용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었죠. 조선시대 기생들은 어느 대갓집 여인들 못지않게 기예와 글 솜씨에 능했다고 합니다. 비록 술을 따르고 노래를 부르던 여인네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서로에게 불문율 같은 약속이 있었답니다. 그것은 다른 동료 기생의 남자를 엿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행여 동료 기생의 남자를 유혹한 기생이 있다면 그 기생의 이름을 기방 앞에 크게 써 놓고서는 지나가는 사람마다 그 이름에 먹칠을 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게 그들에게는 가장 큰 모욕이며 징벌이었습니다. 이처럼 이름은 기생에게도 가장 중요한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었기에 그 징벌이 가장 두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 우리도 세례 성서를 받을 때, 자신의 주보성인을 닮는다는 말처럼 본명을 지을 때에는 분명히 자신이 지을 본명의 성인이 누구인지를 미리 알아보고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전 저의 주보성인이신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참으로 자랑스럽고 저도 제 주보성인처럼 그렇게 살았으면 싶습니다. 저는 맨 처음 제 가족 중에서 영세를 받았습니다. 

 

오늘 복음(Lk1,57~66)에 보면, <엘리사벳은 해산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다.>(1,57)고 시작하며, 이를 들은 이웃과 친척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기뻐하고 축하하는 모습이 참으로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모든 가정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은 큰 축복이며 경사이겠지만,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의 처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웃과 친척들은 마치 자신들의 일인 양 함께 기뻐해 주는 마음 씀씀이가 너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사실 우리 모두도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다 그렇게 이웃과 친척들의 축하와 축복을 받으며 태어났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요한의 탄생 순간은 온 동네가 시끌벅적할 만큼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태어났지만, 6개월 후에 태어나신 예수님은 이방인 동방박사들 이외에는 어느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하고 마굿간에서 쓸쓸히 태어난 것과 매우 대조적인 모습임을 기억합시다. 왜냐하면 복음은 단지 이 순간만이 아니라 다른 순간, 천사의 예고에 따른 차이(=즈카리야와 마리아), 어머니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과 만남 역시도 동일한 맥락에서 복음사가의 의도가 숨어 있다고 봅니다.

 

발단은 바로 요한의 탄생 여드레째 되는 날 곧 할례식과 더불어 이름을 짓게 되는데 그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관례대로 아기는 아버지의 이름을 딴 <즈카르야>라고 부르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난 시작은 어머니 엘리사벳이 나서서,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1,60)고 말하자 그 자리에 왔던 사람들은 전통과 관례를 무시한 엘리사벳의 의견을 무시하고 아버지 즈카르야에게 묻자, 지금껏 말문이 닫혀 있던 즈카리야가 서판에 또렷하게 <그의 이름은 요한>(1,68)이라고 쓰는 순간 그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도 놀랐지만, 더 놀란 것은 그 동안 말문이 막혀있던 즈카리야의 입이 열리면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자 더 놀랐던 것입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며 이로써 왜 즈카르야가 말문이 닫혔으며 그리고 이제야 말문이 열려야 했나를 당사자인 즈카리야는 물론 그들 모두가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로써 당사자인 즈카리야는 물론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과 이 이야기를 듣는 모든 사람에게 향한 하느님의 놀라운 초대이며 가르침이었다고 봅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늘 놀라움과 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을 통해서 하느님의 권능을 드러내십니다. 그러기에 <이 모든 일이 유다의 온 산악 지방에서 화제가 되었으며, 소문을 들은 이들은 모두 그것을 마음에 새기며, 이 아기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하고 말하였다.>(1,65~66)고 장황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복음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주님의 손길이 요한을 보살피고 있음>(1,66)을 알아 본 사람들은 이 일이 있고 난 이후에도 요한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나 끊임없이 주목하였으리라 봅니다. 물론 이에 반해 예수님은 탄생과 성전 봉헌 사건 이후로 어떤 누구의 이목이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잘 아시는 것처럼 즈카르야와 엘리사벳 부부는 굳이 조상의 관습을 따르지 않고 아들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불렀을까요? 물론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은 주님의 천사가 알려준 대로 아기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짓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요한>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뜻이 <하느님께서 은총을 베푸신다. 하느님께서 자비로우시다.>라는 의미입니다. 이로써 요한은 한 가문을 마감하고 한 가문의 새 시대를 열면서 새롭게 열리는 가문은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가 지배하는 가문이 될 것임을 이미 그 이름에서부터 선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후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끝없이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한없는 은총을 내리시는 하느님을 외칩니다. 그러니까 그가 외치는 내용이 곧 그의 이름의 의미였으며, 그가 외치는 내용이 사실 요한의 존재 이유였던 것입니다. 우리 또한 자신의 이름에 걸 맞는 삶을 살고 있으며, 우리가 세상을 향해 외치는 내용이 바로 우리의 이름에 걸맞으며, 자신의 있음을 드러내고 있나를 늘 기억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 바랍니다. 우리 각자의 이름이 먹칠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이름에 걸맞은 삶을 살고, 존재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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