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0.23 07:04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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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제 성격이 내향적(=내성적)이라면 의심스럽다는 듯 뜨악한 표정을 짓지만, 전 분명히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물론 기질적으로 욱하는 성향이 강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하기에 쉽게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전 분명 내성적이기에 낯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위축되기도 합니다. 다만 직업의식(?)이 투철해서 미사를 집전하고 강론을 할 때는 그렇지 않지만 평소의 제 모습은 소심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입니다. 아울러 저는 M.E주말 <자기 자신>을 소개할 때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이고, <시간>에 정확한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러기에 저는 무슨 일을 사전에 생각하고 준비하지만 한번 결정하고 난 다음에 그 일에 매진하고 충실한 편입니다.

 

저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계획에 따라 준비하고, 준비가 되면 계획을 실행에 옮깁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저처럼 먼저 생각하고 준비하고 난 뒤 실행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매사 계획하고 준비했지만 때론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만나기도 했었습니다. 운전을 하다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적인 사고나 상황을 만나게 되듯이 예상하지 않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게 인생입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을 때는 사전 준비가 당연히 소홀할 수밖에 없었기에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준비할 수 없었다고 해서 변명하면서 도망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지금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는 <예상하지 못한 일>에 관한 것이 아니라 언제 오실지 모르는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지 못한 채 맞았을 때는 변명할 수 없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는 저나 여러분이 게을러서 혹은 더디 일어나려니 하면서 준비하지 않았을 뿐, 일어날 일이었고, 분명히 닥아 올 현실이었음에도 준비하지 않았을 경우 닥칠 낭패를 겪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언제 일지 모르지만 분명히 그 때가 되면 주님은 분명 오실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도 어제 복음의 주제와 같습니다. 그 시간과 그 날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반드시 오시게 될 주님의 재림에 대한 준비와 기다림에 관한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잘 준비하여 깨어 기다릴 것을 거듭 당부하시고 강조하십니다. 도둑이 예고하고 집을 털러 오지 않듯이, 사람의 아들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오실 것이기 때문입니다.(Lk12,39-40) 예수님의 비유를 듣고, 베드로 사도는 이 비유의 대상이 누구인지를 예수님께 <주님, 이 비유를 저희에게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12,41)라고 묻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직접 베드로에게 답을 주시기보다 또 다른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비유 속에 등장하는 종은 집사입니다. 집사는 주인에게 있어서는 종의 신분이지만, 다른 종들에 대하여는 주인을 대신해서 종들을 관리하는 신분입니다. 여기서 집사는 다름 아닌 주님의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백성들을 돌보고 가르치고 다스리는 역할을 맡은 이들을 지칭합니다. 이들은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것처럼 교회의 성직자들로서 자기에게 맡겨진 백성들에 대하여 그리스도의 예언직-사제직-왕직을 수행하는 분들입니다. 이들은 그리스도의 말씀과 뜻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재림>이 지연된다는 빌미로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한다면 마지막 날에 가서는 소홀히 한 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주인의 뜻대로 하지 않은 그 종은 매를 많이 맞을 것이다.>(12,47)라는 이 말씀은 정말 무섭고 떨리는 말씀이며 그만큼 주어진 책임이 막중하기에 역설적으로 <저에게 주어진 직무를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각오를 갖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느님 교회의 집사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을 충실하지 않은 성직자들에게 그 날엔 하느님께 어떠한 핑계도 변명도 소용없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가 교회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성직자(=교황, 주교, 사제)들에 대한 경고의 말씀으로 들리기도 하겠지만, 종말의 심판에 대한 준비와 기다림에 어느 누구도 열외는 없습니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해야 하고, 누구나 재림하시는 주님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의 말미에서 예수님께서 강하게 표명하신 것처럼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십니다.>(12,48) 물론 많이 주신 만큼, 많이 맡긴 만큼 그에 따른 계산의 순간은 개인적으로 죽음의 순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코 두려워 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그 보다는 매일 잠자리에 드는 순간이 결산의 순간처럼 <늘 깨어 준비하고> 살아간다면 그 날은 두렵고 무서운 날이 아니라 기다리던 주님을 만나는 기쁨과 축복으로 충만한 날이 되리라 믿습니다.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저희와 함께 계시는 주님>(Mt28,20)은 항상 매 순간 매일 영적으로 친밀하게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오시기에, 그 분의 몸짓과 음성 그리고 그 분의 발자국 소리에 민감해진다면 그 분의 오심은 결코 두렵기보다 설렘과 흥분으로 충만한 기쁨과 행복의 순간이 될 것입니다.

 

예전에 읽고 감명 받았던 <단 하루의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면>이란 글을 기도를 대신해서 옮깁니다. <덜 미워하고 더 사랑하겠습니다. 덜 가지고 더 행복하겠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대신 웃겠습니다. 다가오지 않은 내일을 두려워하는 대신 오늘을 열심히 살겠습니다. 잘못된 결정을 후회하는 대신 새로운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실패를 안타까워하는 대신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겠습니다. 아프다고 말하는 대신 아픔을 견디겠습니다. 바쁘다고 말하는 대신 쌓인 일을 하나씩 해나가겠습니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걱정하는 대신 나 자신에게 어떻게 보일까 생각하겠습니다. 남들의 잘못을 용서하는 대신 나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겠습니다. 갖지 못함을 불평하는 대신 베풀지 못함을 마음 아파하겠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대신 살아있음을 기쁘게 즐기겠습니다. 단 하루의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면 말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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