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2.30 08:56

성탄 팔일 축제 제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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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Lk2,36~40)에 의하면, 예루살렘 성전에서 치러진 마리아의 정결예식과 아기 예수의 봉헌예식의 자리에 밤낮으로 성전을 떠나는 일이 없이 성전에 살다시피 한 예언자 한나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우아함>이라는 뜻인 한나는 구약 성경에서는 사울과 다윗을 임금으로 내세워 기름을 부은 사무엘의 어머니로 등장합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는 본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였지만, 절망하지 않고 주님께 전적으로 의탁하며 기도로써 살았으며 주님께서는 한나의 애틋한 기도를 들어주시어 그에게 아들을 주십니다. 이처럼 한나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들은 세상에서 죄인 취급을 받으면서 살았던 가난한 이들의 표상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의 한나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녀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습니다. 자식도 없이 홀로 그 연세가 되도록 혼자 살아오면서 그녀는 어느 누구를 믿고 의지할 사람도 없었으며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가난한 삶을 살아왔지만,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2,38)는 성서 본문에 의하면 그녀는 이스라엘의 가난하고 경건한 사람들의 모범이 되는 분이었으리라 추정됩니다. 과부로서의 한나의 삶은 경제적인 면에서 궁핍하고 가난했겠지만, 더 나아가 그녀는 모든 홀로 사는 여성들을 대변하는 분으로써 비록 삶이 거칠고 힘겹다고 해도 자신의 이름에 걸 맞는 <우아함>을 잃지 않고 어떻게 사는 것이 참으로 아름답고 거룩한 삶인가를 보여주는 증거자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성전을 중심으로 하느님만 믿고 의지하여 지난 세월을 살아왔기에 그녀는 바로 그 거룩한 자리와 시간에 구세주를 뵈옵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으며,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자신이 직접 목격한 이야기를 <예루살렘의 구원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이 아기에 대해서> 전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봅니다.

 

시메온이 아기 예수를 두 팔에 안고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2,29~30)라는 찬미는 단지 시메온 예언자만이 아니라 한나에게도 적용된다고 봅니다. 그녀가 그토록 오랫동안 성전을 중심으로 생활하면서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면 바로 이 거룩한 날을, 축복된 순간을 맞기 위해 힘겨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왔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녀 또한 이제 시메온처럼 평안히 눈감게 되었을 것입니다. 예전 노인 병원에서 사목할 때의 체험에 의하면 죽음을 앞둔 노인들이 제게 했던 많은 표현들 가운데서 자주 들은 표현은 <신부님. 이제야 편안히 눈을 감고 죽게 되었습니다.> 하는 말씀입니다. 정말이지 세상의 모든 것을 누려봤고, 해 보았지만 마지막 남은 일은 바로 자신에게 가장 인생의 의미이며 행복의 주체인 자녀들이 서로 화목하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더 이상 어떤 아쉬움이 없을 때 이렇게 표현하시더군요. 그런데 떠나야 하실 어르신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힘듦이나 어려움이 남아 있을 때, 흔히 <내가 어떻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어요!>라고 편안히 눈을 감지 못하는 경우를 목격하기도 했지요. 특히 보고 싶은 자녀가 보이지 않을 때도 쉽게 눈을 감지 못하고, 말로 표현하시지는 않지만 느낌으로 강하게 전달될 때가 있습니다. 그 때 가족들에게 물어보면 정말이지 어르신이 특별히 사랑했던 사람들이나 꼭 화해가 필요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때가 있답니다. 외국에 그 자녀가 사는 경우, 늦어 질 경우에는 부득이 오고 있다고 말하고는 전화로라도 그 자녀의 목소리를 들려드리면 정말이지 편안히 눈을 감고 임종하시는 분도 종종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나는 그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온 그 날을 맞았고 그 곳에서 기다리던 구원을 목격하고서 구원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를 전했으니 무슨 여한이 남아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한나는 정말 주님의 자비의 섭리 안에서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면 눈을 감으셨으리라 믿습니다.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보낸 저 많은 날들이 다 하느님의 자비였고 은총이었음에 감사하면서 평안히 눈을 감을 수 있었을 그녀는 참으로 행복하고 축복받은 여인이었을지 모릅니다. 한나는 오늘 독서의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1요2,17)라는 표현처럼 그리스도교 역사에 성경이 있는 곳에 영원히 그녀의 성덕은 남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또한 한나처럼 하느님 안에서 저 임종의 순간에 평화로이 눈을 감을 수 있는 은총을 누리기 위해서 그녀처럼 삶의 모든 날들을 하느님을 중심으로 기도하며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우리가 되도록 다짐합시다. 하느님의 축복 속에 평화로이 눈을 감고 죽을 수 있다면 그 날이 바로 하늘에 곧장 태어나는 날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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