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9
생전의 아버님이 수도회에 입회할 떼 써주신 족자의 글귀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道心靜似山藏玉(도심정사산장옥), 書味淸如水養魚(서미청어수양어).
도를 닦는 마음은 고요하기가 옥을 품은 산과 같고, 경전의 맛은 맑기가 물에서 고기를 기르는 것과 같다.
내년이면 어언 수도원 생활을 한지 42년이나 되는데, 마음은 여전히 가지많은 나무처럼 가만히 있지를 못하니... 심재(心齋)와 좌망(坐忘)과 조철(朝澈)은 어느세월에!
樹欲靜而風不止 (수욕정이풍부지)
子欲養而親不待 (자욕양이친부대)
往而不可追者年也 (왕이불가추자년야)
去而不見者親也 (거이불견자친야)
한시외전(韓詩外傳)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시지 않는다
한번 흘러간 세월은 다시 쫓아갈 수 없고
가시면 다시 볼 수 없는 것은 부모이다.
2022. 12. 1
어제 안드레아 사도축일을 끝으로 위령성월을 끝내다. 올해의 위령성월은 다른 해와 아주 다른 색조를 띄게 되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연옥영혼에 계모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포함시켰다 하기 보다는 그를 중심으로 연도를 바쳤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처음 만난 날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같이 동물원에 갔던 기억부터, 마지막으로 삼인병원 의사를 붙잡으며 한 말까지 생생히 기억한다. 나는 이 기억력 때문에도 고통을 아주 많이 받았다. 첫 만남 후 마지막 이별하는 날까지 그 사람으로 인한 온갖 간난신고(艱難辛苦)가 온전히 내 마음에 남아있다. 죽는 것이 더 낫겠다는 선택을 한 사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인연들…….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영혼이었겠지만 그곳에서 속히 평화를 찾아 누리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