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부산의 심신부가 이번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끝으로 은퇴한다고 알려왔다. 나이 70이 다되어 근 40여년을 살아온 수도생활을 돌아보니 남은 거라곤 병든 몸과 알량한 책 몇 권뿐이더구나. 어제, 오늘 많이 힘들다. 어느 날은 아프지 않은 날이었겠느냐마는, 가끔씩 더하는 날이 있기도 하다. 점심 후에 억지로라도 산책을 하려고 나가다가 참매미가 수명을 다하고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매미의 허물” 바쇼.
싯다르타의 삼법인중 첫 째가 일체개고(一切皆苦 · Dukkha) 이다. 다만 여기서 고나 고통으로 번역되는 Dukkha는 수레바퀴가 원만히 둥글게 깍여지지 않아 뒤뚱거리며 불안전하게 가는 것을 뜻한다. 모든 것은 불완전하다는 말이 되겠다. 제행무상(諸行無常 · Anicca) 은 누구도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는 말로 잘 알려져 있다. 모든 것은 변화하고 있으며 그대로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지막으로 제법무아(諸法無我 · Anatta) 란 이토록 모든 것이 불완전하고 변화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실체’ 란 없다 이다.
그렇게 만물이 유전(流轉)하는 이 세상에서 영원한 생명을 찾겠다고 길을 떠나 이제껏 걸어왔다. 한 눈 팔고 비끈길로 간적이 더 많았지만 나는 하느님의 자비를 믿는다. 아침저녁으로 가슴에 구멍을 내는 서늘한 바람이 분다.
未覺池塘春草夢(미각지당춘초몽)
階前梧葉已秋聲(계전오엽이추성)이라.
연못가의 어린풀은 아직도 봄꿈이 한참인데
섬돌 앞 오동나무는 이미 가을 소리를 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