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산절로 수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by 후박나무 posted Apr 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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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생명력이 봄 산에 가득하다. 산지사처(散之四處)로 분출하는 저마다의 생명은 형형색색(形形色色)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우중충한 회색에 길든 눈엔 초록만도 눈부신데 꽃대궐까지!

 

세상 돌아가는 뉴스라도 듣고 봄 산을 오르면 두보가 春望을 짓던 심정이 절로 이해된다.

 

국파산하재(国破山河在)

성춘초목심(城春草木深)

감시화천루(感時花溅泪)

한별조경심(恨别鳥惊心)

봉화연삼월(烽火連三月)

가서저만금(家書抵万金)

백두소갱단(白頭搔更短)

혼욕불승잠(渾欲不勝簪)

 

(나라는 망했으나 산하는 여전하고/도성에 봄이 오니 초목만 우거졌구나/세상을 슬퍼하며 꽃 보고 눈물 뿌리고/이별 한스러워 새소리에 마음마저 놀란다/전란은 석 달이나 계속되니/집안 소식 만금에 값하는 것을/흰머리 긁을수록 더욱 짧아져/이제는 비녀도 꽂지 못 하겠네.)

 

‘생명의 빵’을 먹을 때, 예수의 삶을 살 때, 고르디 고른 땅으로 우리를 인도하시리라는 믿음에 올인할 때 두보의 근심에서 벗어나 김인후처럼 되는 것일까!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절로 수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이 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