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배신자와 전향자

by 후박나무 posted Jul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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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정치에서 말하는 배신자라는 게 어떤 사람이야?”

“그건 있잖니, 우리 당을 버리고 다른 당으로 가는 사람을 말하는 거야.”

 

“그럼 그쪽 당을 버리고 우리 당으로 오는 사람은 뭐라고 하는데?”

“그건 개전의 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거야.”

 

비단 위의 우스갯소리와 같이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원대한 꿈을 품고 좋은 지향으로 시작한 첫 마음은 현실의 구체적인 현안에 부딪혀 얽히고 섥히다보면 쉽게 우리 편과 저편이라는 진영논리에 갇히게 되고, 그 결과 불편부당하게 이해하고 섬세하게 접근하여 이것이냐 저것이냐, 모 아니면 도라는 천박한 흑백논리를 뛰어넘는 제 3의 길을 제시하기 보다는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싸움판에서 변질되기 십상이다.

 

첫 마음을 보존하고 정화하여 심화시키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쉼’이다. 밑 빠진 독에 물을 가득 채우려면 연못에 잠겨야 하고, 그림자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큰 나무 그늘에 들어가야 한다. 생각이란 소음이 점차 사라져 모든 것이 그냥 있고, 나 자신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곳, 시간이라는 덫에서 벗어낫기에 영원한 곳, 평화가 무엇인지 배우게 되는 곳, 아버지가 기다리는 그곳에서 우리는 창조되지 않은 빛- 차갑게 꿰뚫는 따뜻하고 어두운 빛-앞에 서게 되어 시력과 통찰력을 회복한다.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정성을 다하는 중용 23장의 眞人도 쉼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 같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중용 23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