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모자쓴 도토리

by 후박나무 posted Aug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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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 중에는 쉬었다 하라는 형제들의 권유도 마다한 체 오늘도 우이령을 오르다. 이것도 일종의 강박관념인지 한 번 시작하면 빠지기가 어렵다.

 

찬찬히 뒷짐을 지고 가다보니 오르막길에 아직 시들지 않은 잎이 달린 상수리나무 가지들이 꺾여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잎 사이에 모자까지 쓴 귀여운 도토리가 있었다. '일엽낙지천하추(一葉落知天下秋)’ 도토리가 익어가고 있다.

 

요 며칠 연일 최고온도 기록을 갱신했다고 호떡집에 불이라도 난 듯 호들갑을 떠는 와중에도 도토리는 익어가고 있다. 이런 사실이 요즈음 읽고 있는 한 시대의 종말이라는 책 제목과도 잘 어울려 함께 사진으로 남겼다. ‘한 시대의 종말’ 은 중국의 허장성세적인 경제성장에 대한 책이다.

 

문득 94년 광주에서의 여름이 떠오른다. 부제들의 2학기 영성신학 교제로 쓰기위해 ‘시편기도의 유형’을 번역할 때이다. 냉동실에서 얼린 젖은 수건을 머리에 이고 일을 하다 물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다시 교환하며 꼬박 한 달을 컴퓨터 앞에 앉아 끝을 보았던 일. 오늘 복음도 ‘진리는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다’ 는 말처럼 하늘나라도 한 시대가 끝나면 결산을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