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외부지원자로 고난회 수도생활을 시작한 날!

by 후박나무 posted Aug 1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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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0 여년 이 흘렀다. 예수고난회의 외부지원자로 수도생활을 시작한지가……. 중고등학교 교리교사로 여름산간학교를 마치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지 며칠 만에 고난회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한 줄 메시지. “다가오는 성모승천 대축일부터 예수고난회의 외부지원자 생활이 시작되니 지도자로 임명된 박 도세 신부와 함께 보람찬 계획을 세워 보시기 바랍니다.” 그

때는 물론 박 도세 신부님이 줄곧 외부지원자, 내부지원자, 청원자, 유기 서원자 지도자로 수련 때만 빼고 종신서원을 하고 서품을 받을 때까지 줄곧 지도자가 되실 줄 몰랐었다. 이스라엘 민족이 광야에서 헤매던 기간과 같이 근 40년을 광야라면 광야에서 지냈으니 이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게 될까! 콩나물에 물 주듯 밑으로 다 빠져나가 하루하루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 보여도 40년이나 쌓였으면 뭔가 변화가 있어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근래에 다시 듣게 된 솔개의 노랫말을 음미해본다.

 

https://youtu.be/DE2SyZUcYRw

 

우리는 말 안하고 살수가 없나 나르는 솔개처럼 권태 속에 내뱉어

진 소음으로 주위는 가득차고 푸른 하늘높이 구름 속에 살아와

수많은 질문과 대답 속에 지쳐버린 나의 부리여

 

스치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어느덧 내게 다가와 종잡을 수 없는 얘기 속에 나도 우리가 됐소 바로그때 나를 비웃고 날아 가버린 나의 솔개여 수많은 관계와 관계 속에 잃어버린 나의 얼굴아

 

애드벌룬 같은 미래를 위해 오늘도 의미 없는 하루 준비하고 계

획하는 사람 속에서 나도 움직이려나 머리 들어 하늘을 보면 아련

한 친구의 모습 수많은 농담과 한숨 속에 멀어져간 나의 솔개여

수많은 농담과 한숨 속에 멀어져간 나의 솔개여 멀어져간 나의 솔개여

 

권태 속에 내뱉어 소음에 소음을 더하지 않으려 침묵을 배웠고, 자신의 참 얼굴을 찾으려 인간관계도 절제하여 간소화하고, 지금 여기에 현존하는 밀도만큼 시간과 영원이 비례함도 터득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하느님을 알고 싶어 시작했던 이 수도생활이 헛되지 않았다고 긍정할 수 있는 것은 만신창이가 되어 산지사방으로 금이 간 ‘나’ 라는 옹기 속으로 스며드는 빛 때문이다. 금을 통해서만 비로소 스며드는 그 빛은 빛과 그림자를 가르지 않고 만물을 꿰뚫으며 동시에 포용하며 존재와 무를 구분한다. 부드럽고 따뜻하게 감싸 안는 어두운 빛이면서 밝은 빛 말이다. 예수의 자비로운 아버지의 비유는 하느님이 그런 빛이심을- 창조되지 않은 빛- 보여준다. 그 빛에 힘입어 자신을 수용하고, 자신을 편하게 하는 만큼 옆 사람에게도 여지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