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추천고 새마비(秋天高 塞馬肥)

by 후박나무 posted Sep 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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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한주일 만에 우이령을 넘어 오봉전망대까지 다녀오다. 그동안 연일 계속된 태풍과 호우로 힘들었다. 9월을 시작하는 첫날인 오늘은 푸르고 높은 하늘에 햇살이 빛나고 서늘한 바람이 이는 게 전형적인 천고마비(天高馬肥) 의 계절이다. 원래 이 말은 추천고새마비(秋天高塞馬肥-가을 하늘은 높고 변경의 말은 살찐다)에서 나온 말로 여름동안 풍요로운 초원에서 살이 찐 말을 타고 곧 흉노족이 침입할 것이라는 공습경보였다고 한다. 두보의 할아버지 두심언이 친구인 소미도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보인다.

 

날씨나 계절의 변화도 그렇고 태어나 삶을 영위하는 시기의 역사적 상황, 환경등 이미 결정적으로 주어진 것이 하도 많기에, 사람의 삶에는 자신이 스스로 조절하고 선택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과연 얼마나 될까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삶의 많은 부분이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게 사실이어도 각 자가 스스로 선택해야만 하는 부분도 물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많은 개인차를 낳는다. 사람이라면 너, 나 할 것 없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짐을 떠안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미래는 불확실한 것이다. 이렇게 불확실성이라는 부담을 안고 자신이 한 선택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일 각오를 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신의 선택을 견지할 수 있을 때 그는 비로소 성인이 된다. 물론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사람도 많다. 그들은 평생 어른이 되지 못한다. 마치 大洋으로 나아갈 엄두가 나지 않아 자신이 태어난 강과 바다가 만나는 어귀에 머물었던 연어처럼.

 

탤런트의 비유에서 부각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선택을 한 사람과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음으로 나름 안전한 선택을 했다고 믿는 사람. 후자는 서로의 의지로 형성되어가는 미래에 자신의 의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것들에 의해 살아 지워진다. 후자가 그런 결정을 한 까닭을 살펴보니 그는 주인을 곡해하여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후자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했다고 닦달을 하는 주인이 아니라 자비로운 주인의 체험이다. 이러한 자비는 그로 하여금 불확실성이라는 미래를 짊어질 용기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