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길냥이 '아미'

by 후박나무 posted Nov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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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새로 온 길냥이 아미는 너무 일찍 어미를 잃었나보다. 생후 2개월이나 되었을까? 어제 새벽까지 잘 놀더니 아침먹이를 주니 토하고 기운이 없어 골골한다. 수의사가 파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다고 한다. 면역력도 없는데! 일단 아는 사람이 아미를 동물병원에 입원시켰다. 집중 격리치료를 한다고 한다. 사람이든 반려동물이든 그와 함께 했던 시간만큼, 기뻐하고 슬퍼하며 마음 조리던 시간만큼 그는 내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 아기 고양이 아미를 옆에서 겪어보니, 나를 낳아서 기르는 동안 이와 같은 일을 숱하게 겪었을 부모님의 마음고생이 느껴진다.

 

공교롭게도 오늘 복음은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이다. 몇 일전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라” 는 첫째계명을 바람에 날려 자신이 뜻하지 않은 곳에 떨어진 암봉위의 소나무를 빗대 이해했었다.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하필이면 바위틈에 떨어져 발아 하지만, 척박한 곳이라도 뿌리를 내려 주어진 생명을 살아가는 소나무를 보며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주어진 생명을 무엇보다 먼저 사랑하라” 는 뜻으로 새겼었다.

 

이제 아기고양이 아미가 나를 시험대에 올리는 것 같다. 종종 가족 중의 한 사람이 온갖 생명 연장 장치를 달고 누워있을때도 가족 구성원 간에 이런 갈등이 생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병원비에 가족도 “산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입장과 “그래도 그렇지…….” 하는 편으로 양분된다. 어느 쪽 결정에 따르든지 현실적인 부담과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오늘은 연령들을 위한 9일기도 마지막 날이다. 산 자는 계속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죽은 이를 위한 연령기도는 ‘화해’인 동시에 ‘산 자를 위한 위로’다. 산 자는 무거울 수 있는 망자에 대한 ‘미안함, 원망, 슬픔’이라는 짐을 구성진 연도를 통해 쏟아내며 망자가 편안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