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예수신원의 비밀

by 후박나무 posted Feb 19,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날씨 덕분에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으로 우이령에 오르다. 오를때만해도 쌓인 눈은 그리 많지 않았으나 영의 정상에 서니 잿빛하늘이 보이며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내려오는 길에 눈발이 굵어지더니 폭설이라도 내릴 기세다. 오랜 가뭄 끝이라 한편 반갑지만 생활인으로서 걱정도 앞선다. 이것이 보통 사람들의 이율배반적(二律背反的) 인 마음 일게다. 실컷 먹고도 많은 양의 빵을 남겼던 일도 까맣게 잊은 채 당장 먹을 빵이 없다고 걱정하는 제자들의 심정도 우리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마르코 복음의 특징 중 하나는 “예수의 신원” 에 관한 것인데, 빵을 먹이고 호수를 건너는 3개의 이야기중 하나의 결말에 잘 표현되어진다. “이 사람은 누구시기에 바다와 바람도 복종하는가?”

 

긴 이야기 짧게 해서 예수는 씨 뿌리는 사람이며, 씨앗이고 자라 곡물이 되고 빵이 되어 사람들이 배불리 먹도록 주어진다. 또한 마르코 복음 후반부 전체와 연계되는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를 통해 예수는 도조를 받으러 온 포도원 주인의 아들이지만 살해되어 버려진다. 예수신원에 대해 마르코 복음이 강조하던 비밀은 최후만찬석상에서 계시된다. 예수는 빵이며 포도주로서 “이는 내 몸이고 이는 내 피” 라는 말씀으로 둘을 하나로 한다.

 

진인(眞人)만이 진지(眞智)를 가질 수 있기에 아직 제자들은 깨닫지 못하나 함지박속에 있던 등불이 탁자위에 놓일 때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