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영악한 유대인

by 후박나무 posted Mar 12,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사야 55:10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

11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Carroll Stuhlmueller신부님이 떠오른다(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책으로만 알던 신부님을 1987년 6월 시카고 미시간 호숫가의 CTU (Catholic Theological Union) 건물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나는 Donald Senior신부가 신약부분을 캐럴 신부님이 구약성서 부분을 담당하여 공동으로 저술한 The Biblical Foundations for Mission 이란 책을 통해 성서에 대해 보다 넓고 깊은 식견을 갖게 되었음에 감사드렸다. 신부님도 몹시 기뻐하셨고, 우리는 짧은 시간이나마 여러 이슈에 대해 재미있게 대화할 수 있었다. 헤어지면서 저에게 ‘꼭 이곳으로 와서 공부하라’ 고 당부하셨는데 그것이 이승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키 큰 나무사이로 걷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키가 한 뼘은 자란다고 석학과의 만남은 그렇게 우리 마음을 열어주고 고양시켜준다.

 

캐럴 신부님은 반유목민으로서 일정한 거처도 없이 그야말로 정처 없이 떠돌던 하삐루들이 가나안땅에 정착하면서 일어나는 종교(宗敎), 문화(文化), 경제(經濟), 사회정의(社會正義). 정치(政治) 등 여러 분야에서의 변화와 갈등, 수용(受容)과 배척(排斥) 등을 야훼신앙의 가나안 토착화(土着化)라는 프레임으로 수렴(收斂)하였다.

 

예를 들면 산신이었던 야훼를 섬기던 하삐루들이 평야에 정착하게 되면서 야훼 신앙의 토착화(土着化)가 일어나는 것이다. 전에는 하느님의 백성이 계약 궤를 메고 다녔으나, 이제 하느님은 성전(聖殿)이라는 한 장소에 붙박여 있게 되고 백성들이 그 앞으로 나아오게 되니 그에 따라 신앙도 변하였을 것이다. 또한 야훼에게 가나안땅에 본래부터 있던 풍산신인 바알의 속성(屬性)이 덧 입혀져, 원래는 바알 신에 바쳐졌던 찬가가 살짝 모습을 바꾸어 야훼께 바쳐진다. 이런 과정에는 저항과 갈등이 없을 수 없고, 원래의 야훼신앙에 충실 하라는 예언자의 볼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사야서의 인용인 오늘 독서는 하느님의 은총은 사람이 오감(五感)으로 느낄 수 있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게 작용함을 강조한다. 유대인들은 중국인들만큼 현실적인 사람들이다. 친구의 장례식에 조문객들이 조의금을 낼 때 한 유대인이 자기차례가 되자 다른 사람들이 낸 현금을 모두 자기가 갖고 대신 망자 앞으로 자기앞수표를 써 주었다는 유머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유대인이신 예수님이 가르쳐준 기도도 결코 빈 말이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