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예수고난회의 남녀 수도자와 가족 여러분
금년 사순 시기를 맞이하여 여러분께 진심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올해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예년처럼 저는 고난회 가족이 같이 성찰해보았으면 하는 점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는 사순 시기의 목표가 회개와 쇄신이며, 이는 우리가 하느님의 은총에 응답할 때 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곧 ‘너그럽고 자비로운 하느님께 돌아오라’(요엘 2:12-13)는 부르심에 ‘매우 은혜로운 때이며 구원의 날인 “지금”’(2고린 6:2) 응답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죄를 극복하고 우리의 삶을 복음과 일치시키기 위해 각자 나름대로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생활의 부분과 그리스도교 신자로서의 소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순 시기를 시작하면서 이마에 재를 발라 표시를 할 때 이미 명확히 했습니다. “죄로부터 벗어나 복음을 믿으십시오.” 여러분은 모두 이러한 각 개인의 소명을 꼭 추구하십시오.
하지만 저는 우리 모두가 이 사순 시기에 “올바른 관계”에 대해 같이 성찰하고 그것을 나누는 시간을 갖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올바른 관계(right relationships)’야 말로 “시대의 징표” 가운데 하나이며, 오늘날 성령께서 우리로 하여금 이를 되돌아보라고 촉구하고 계시다고 믿습니다.
최근 교회의 지도자, 성직자, 신자들에 의해서 저질러진, 미성년자와 취약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성적,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 폭력 행위와 관련된 스캔들이 밖으로 드러나고 주목을 받으면서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고, 충격을 주며,화나게 하고 또 깊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더욱이 우리들은 우리 고난회 가족들도 이 스캔들에서 결코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동안에는 주로 교회와 관련 기구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왔지만, 가정을 포함하여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이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과 같은 것이 일어나고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학대적이고 폭력적인 관계를 알아달라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또 무엇이 올바른 관계이고 어떻게 하면 그 관계를 형성할 것인지도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올바른 관계란 순수하고 진실된 관계입니다. 그것은 각자가 자기 자신의 한계 또는 경계를 넘어서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내보이려 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을 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닙니다.그것은 항상 내면의 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하며, 자신과의 친교(self-intimacy), 곧 자기 존재의 깊은 곳을 보고 알면서 외부와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때, 우리는 진정성과 진실됨 속에서 관계를 맺게 됩니다. 이럴 때 우리는 따스함을 밖으로 드러내고 다정함을 표현해도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진실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 및 타인과 접촉하려는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사람들 각자 가지고 있는 관계 맺고자 하는 마음, 문화, 개성 등을 존중하기 때문에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올바른 관계란 인간의 권리입니다. 성경(영감을 받아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에 따르면, 우리는 하느님뿐 아니라 타인들, 우리 자신 및 하느님의 창조물과 건전하고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라는 계명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상대방을 나쁘게 이용하지 말고 각 존재의 존엄성을 깨닫고 존중하며, 온전한 존재로 대하라는 것입니다.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9:2). 예수님께서는 사랑의 관계(loving relationship)야 말로 제자 됨의 핵심이라고 몸소 가르쳐주십니다.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 12:28-32)
세상 사람들, 특히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타인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옳지 못한 방식으로 저지른 끔찍한 일에 대해 우리가 눈을 떠 그것을 보고, 귀를 열어 그것을 들으며, 마음을 열고 그것을 느끼는 것은 분명 소름 끼치고 고통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일들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성령의 요청, 곧 시대의 징표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것은 진정한 자유를 억압하고, 하느님, 타인, 자기 자신 및 피조물과의 건전하며 사랑스럽고 올바른 관계를 저해하는 핵심적인 문제이기에 성령께서는 우리가 이 문제에 맞서 대면하도록 요구하십니다.
이 사순 시기의 여정을 통해 여러분들이 예수님의 수난, 죽음, 부활을 통하여 온전한 삶(wholeness)을 통해 얻는 풍요와 축복, 치유의 은총을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또 여러분들께서 부활을 축하하면서 그 안에서 주님의 삶과 사랑을 새롭게 깨달으시기를 희망합니다.
예수그리스도 고난수도회 총장 요아킴 레고(Joachim Rego) 신부
(출처: 예수그리스도 고난수도회 홈페이지 Superior General Circular Letters, 2019. 3.)